네살 때 아빠 손 놓쳐 독일로 입양…42년 만에 유전자로 친모 찾았다

42년 전 실종된 뒤 독일로 입양된 정모(가운데)씨가 16일 경기도 여주에서 친가족과 상봉한 뒤 남우철 여주경찰서장(왼쪽), 이영원 경감(오른쪽)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경찰청]

42년 전 아버지의 손을 놓친 뒤 영문도 모른 채 독일로 입양됐던 40대 남성이 극적으로 친모와 상봉했다. 경찰청·외교부·아동권리보장원이 2020년부터 시행 중인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통해서다. 이 제도로 1970~1980년대 해외로 입양됐던 실종 아동이 한국의 친가족과 재회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독일 베를린에 거주 중인 정모(46)씨는 네 살 때인 1981년 수원버스터미널에서 친부의 손을 놓친 뒤 실종됐다. 당시 가족과 따로 살았던 친모 A(67)씨는 둘째 아들의 실종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듣곤 찾아 나섰지만 허사였다. 실종 직후 보육원으로 보내진 정씨가 5개월 만에 독일의 한 부부에게 입양돼 비행기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은 고아나 실종 아동에 대해 가족을 찾으려는 노력 없이 해외로 입양 보내는 일이 많았다.

정씨는 독일에서 교육을 받고 불교심리학을 연구하는 심리상담사가 됐다. 32세 때인 2009년 가족을 찾기 위해 입양 이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수원서부경찰서에서 유전자를 채취했다. 하지만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해 유전자 등록만 한 뒤 독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정씨는 이후에도 한국을 몇 차례 오갔으나 반가운 소식은 없었다.

상황은 지난해 6월 A씨가 “헤어진 아들을 찾고 싶다”며 여주경찰서를 방문해 유전자를 채취하면서 급진전했다. ‘정씨와 A씨 사이 친자관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선 유전자 재(再)채취를 통해 보다 정밀한 2차 유전자 분석 작업이 필요했다.

이에 경찰은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통해 지난해 11월 주독일한국대사관으로 구강세포 키트를 보냈다. 정씨는 다시 한국을 찾는 대신 한국대사관을 방문해 유전자를 다시 채취했다. 경찰은 이 키트를 외교행낭으로 받아 국과수로 보냈고, 올 1월 친자관계를 최종 확인했다.

그렇게 정씨는 16일 A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여주의 한 식당에서 친모와 친형(48)을 만났다. 42년 만에 친모와 마주한 정씨는 “마침내 나의 과거와 뿌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친모 A씨는 “둘째 아들을 찾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했다”며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날 여주경찰서 실종팀을 방문, 직접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