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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VB 이어 유럽 CS…고금리 압력에 ‘약한 고리’ 잇단 파열

중앙일보

입력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악재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번에는 크레디트스위스(CS)발(發) 위기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CS는 골드만삭스·JP모건 등과 함께 세계 9대 투자은행(IB)으로 꼽히는 곳이다. 자산관리 규모가 SVB의 7배 수준인 만큼, CS가 흔들린다면 세계 금융권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세계 9대 IB, CS까지 ‘위기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CS의 위기 원인은 뱅크런으로 파산한 SVB와는 다르다. CS는 2년 전 한국계 빌 황이 대표로 있는 ‘아케고스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로 44억 스위스프랑(6조218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봤다. 여기에 지난해 탈세 및 돈 세탁·세금 사기 등 부패 스캔들에도 휘말렸다. 이런 영향에 지난해 4분기에만 총 1104억 스위스프랑(약 156조669억원)의 고객 자금이 빠져나갔고, 올해 2월에는 총 72억9000만 스위스프랑(약 10조3000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특히 이날 최대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의 자금 지원 불가 방침까지 알려지면서 15일(현지 시간)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24.24% 하락하며 역사상 최저가로 마감했다. 이미 CS 지분 9.9%를 보유한 사우디 국립은행은 지분 10%를 넘으면 스위스와 유럽 등에 추가 규제를 받아야 하므로 자금 지원을 거절했다.

스위스 중앙은행 긴급 자금 수혈

크레디트스위스. 연합뉴스

크레디트스위스. 연합뉴스

다행히 스위스 중앙은행이 움직이며 급한 불을 껐다.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하기로 긴급 발표했다. 최대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000억원)의 선순위 채무증권 발행 계획도 내놨다. CS 안정화를 위해 분사 및 경쟁 IB인 UBS 그룹에 매각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기로 했다.

시장 불안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CS같이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언제든 은행 위기가 또 나올 수 있다. 최근 위기의 근본 배경인 주요국의 과잉 긴축 정책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SVB와 SC의 위기는 자산 투자 실패 등에서 불거진 것인데 그 배경에는 고금리 정책이 있다”고 짚었다.

노 랜딩 전망이 깊은 침체 우려로

은행을 중심으로 세계 금융권의 위기감이 커지자, 경기 침체 없는‘노 랜딩(No landing)’ 전망도 ‘깊은 침체(deep recession)’ 우려감으로 바뀌고 있다. 은행이 안정성을 이유로 자본 확충에 나서면 대출 규모가 줄고, 그만큼 경기가 더 빠르고 깊게 위축할 수 있다.

실제 최근 은행 위기가 불거지면서, 무디스는 올해 미국 2·3분기 성장률이 0~1% 그치고 “마이너스 성장도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1.2%로 낮췄다. JP모건은 내년이나 2025년까지 미국 국내총생산이 0.5∼1%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부동산PF·중소은행 ‘약한 고리’ 우려

한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인터넷 은행 및 저축은행이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 우려에 안전 자산 쏠림 현상이 커지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중심으로 자금 경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부동산PF 연체율이 최근에도 올라가고 있고 미분양도 쌓이고 있다”면서 “금융 위기 우려에 자금 경색과 경제 침체가 오면 부동산PF에 투자한 중소 증권사나 저축 은행 같은 ‘약한 고리’에서 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또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주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는 인터넷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도 연체율 리스크 문제 등이 추가로 부각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장 불안이 높아 예전에는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문제도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면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기가 터질 수 있어 관련 부처와 기관이 매일 아침 컨퍼런스콜을 가지는 등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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