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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이어 CS, 은행 파산 공포에…냉·온탕 오간 코스피 -0.08%

중앙일보

입력

은행권의 파산 공포에 주식 시장이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미국 중소은행인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여파가 가시기 전, 이번엔 몸집이 훨씬 큰 유럽의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위기설에 휩싸이면서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구원투수로 나서며 시장은 일단 안도했지만, ‘파산 도미노’에 대한 공포감에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코스피 소폭 하락 마감…은행주는 줄줄이 하락

1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08% 하락한 2377.91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 넘게 하락하며 2340대까지 내려갔던 지수는 점차 낙폭을 줄이더니 장 중엔 상승 전환했지만 결국 소폭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10% 오른 781.98을 기록했다.

16일 코스피는 0.08% 내린 2377.91로 장을 마쳤다. 원화 값은 9.3원 내린 1313.0원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16일 코스피는 0.08% 내린 2377.91로 장을 마쳤다. 원화 값은 9.3원 내린 1313.0원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56억원, 64억원씩 순매도했다. 개인만 69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 포스코케미칼(11.83%)과 LG에너지솔루션(1.95%), 삼성바이오로직스(1.54%) 등은 올랐지만 현대모비스(-2.05%)와 POSCO홀딩스(-1.07%) 등은 내렸다.

은행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해외 은행의 파산 공포에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다. 하나금융지주(-3.21%)를 비롯해 JB금융지주(-2.85%), 신한지주(-2.82%), KB금융(-1.94%) 등이 줄줄이 내렸다.

몸집 큰 CS 위기설에 놀란 증시…각국 적극 대응에 안도

이날 시장의 불안을 부추긴 건 CS 위기설이다.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CS 주가는 장 중 30.8% 급락한 뒤 스위스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 방침 발표 이후 24.4%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CS는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고, 고객 자금 유출이 계속되는 상태라고 밝혔다. 여기에 CS에 최대 투자자인 사우디국립은행(SNB)이 추가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불안한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YONHAP PHOTO-7679〉 (FILES) In this file photo taken on May 08, 2014 a Swiss flag flies over a sign of Swiss bank Credit Suisse in Bern on Marach 13, 2023 in Bern. - Credit Suisse shares plunged by more than 14 percent on March 13, 2023 to hit a new historic low, as the markets worried about European banks following the collapse of US lender SVB. (Photo by Fabrice COFFRINI / AFP)/2023-03-13 20:21:46/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YONHAP PHOTO-7679〉 (FILES) In this file photo taken on May 08, 2014 a Swiss flag flies over a sign of Swiss bank Credit Suisse in Bern on Marach 13, 2023 in Bern. - Credit Suisse shares plunged by more than 14 percent on March 13, 2023 to hit a new historic low, as the markets worried about European banks following the collapse of US lender SVB. (Photo by Fabrice COFFRINI / AFP)/2023-03-13 20:21:46/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세계 9위 투자은행(IB) 중 하나로 꼽히는 CS의 자산 규모는 5000억달러(약 656조원)에 이른다. SVB(2090억달러)의 배가 넘는다. 때문에 CS가 파산하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훨씬 클 수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이 더 크게 반응한 이유다.

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루 케닝엄 유럽경제 이코노미스트는 "CS는 (SVB보다) 훨씬 더 세계적으로 연결돼있고, 스위스 이외에 미국 등에도 다수의 자회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려움에 떨던 시장이 안도한 건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SNB)이 CS에 500억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CS 사태는 어느 정도 일단락됐지만 누적된 긴축 효과로 이후 여타 은행에서 유동성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만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보다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SVB 파산에 이은 CS 사태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결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는 은행들이 보유했던 '자산'이 부실해지면서 문제가 시작됐지만 이번 사태는 명확하지 않은 불안감에서 시작된 '뱅크런'에서 문제가 시작됐다"며 "이런 문제는 숨겨진 심각한 부실만 없다면 정부의 예금 보증이나 은행 간 합병 등을 통해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Fed에 달린 시장 방향…"베이비스텝이냐, 동결이냐"

향후 시장의 방향성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금리 결정에 달려 있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당초 시장은 오는 21~22(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SVB의 파산 이후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이 우세해졌다. 일각에서는 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16일 오후 4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기준금리 0.25% 상승 확률은 69.4%, 동결 확률은 30.6%로 집계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원하는 건 물가도 물가지만 일단 지금 발생한 신용 위기를 막아달라는 것이고, Fed도 어느 정도 화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다음 주 Fed의 결정과 메시지를 살펴보고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날 저녁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 결과도 주요 관심사다. 시장은 이미 SVB 사태로 인해 ECB가 세 번째 빅스텝을 밟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값은 전날보다 9.3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13.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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