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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주 최대 69시간' 사실상 백지화…MZ노조 "시간의 문제 아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주 60시간 이상은 (근로는) 무리”라며 대폭적인 보완을 지시했다. 논란이 된 ‘주 최대 69시간 근로’은 백지화된 셈이다. 하지만 MZ노조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16일 현안 브리핑 통해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입법예고된 정부안에서 (근로시간에)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주 최대 근로시간을 59시간 이하로 낮추라는 가이드라인이다.

안상훈 사회수석이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근로시간 개편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안상훈 사회수석이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근로시간 개편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프레임 변화 없다”→“주60시간 이상 무리”

윤 대통령의 첫 보완 검토 지시가 나온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한덕수 국무총리는 “큰 프레임의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논란의 근원인 ‘69시간’을 건드리는 방향으로 지시가 구체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고용부는 근로시간을 유연화해도 총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최대 69시간 근무’도 극단적인 가정에서 가능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년 근로자들 사이에선 이미 ‘주52시간제’에서 ‘주69시간제’로 퇴행한다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결국 최종 개편안엔 50시간 중후반대에서 근로시간 상한이 씌워질 가능성이 크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모든 것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제도를 만든 취지와 우려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며 “(대통령이) 캡을 씌우는 부분까지도 말씀하셨으니, 그런 것까지 다 고민을 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왼쪽)과 송시영 부의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왼쪽)과 송시영 부의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MZ노조 “60시간 제한한다고 공짜야근 사라지나”

하지만 근본적인 보완 없이 주 최대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 부정적 인식이 사라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를 마치고 “69시간이든 60시간이든 (최대 근로) 시간이 줄어드는 게 문제가 아니다. (주 최대) 60시간으로 제한한다고 해서 공짜야근이 종식되지는 않는다”라며 “실질적으로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방향 등을 개편안에 반영해 우려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수치를 하향조정하고 끝낼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애당초 정부의 개편안엔 ‘69시간’이라는 숫자가 명시돼있지 않다. 정부안은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혹은 ‘주 최대 64시간 상한 준수’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중 연속휴식 의무를 적용했을 때 산술적으로 일주일에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고 계산되는 것이다. 결국 주 최대 근로시간을 일괄적으로 50시간대로 낮춘다고 해도 세부적인 운영기준까지 일일이 수정되지 않으면 혼선만 가중될 우려가 크다.

고용부 “MZ 근로자들과 소통 확대”

윤 대통령으로부터 ‘소통 부족’ 지적을 받은 고용부는 정부 개편안 입법예고 기간인 다음 달 17일까지 최대한 많은 청년 근로자들과 만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전날 유 의장을 비롯한 MZ노조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이날도 고용부 청년보좌역 등 ‘2030 자문단’과 만나는 자리를 급히 마련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무진들도 정보기술(IT) 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근로자들과 만나 의견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입법 키를 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보완 지시를 놓고 “이제껏 주 69시간제를 추진해놓고 이제 와서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니 대통령도 모르게 정책을 결정했다는 말이냐”며 “국민의 분노가 들끓자 ‘대통령은 책임 없다’며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69시간 프레임’ 때문에 오해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정책 의원총회에서 “현실에 맞게 산업현장의 실제적 요구에 맞게 개편하려는 좋은 취지”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69시간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쓸데없는 논쟁에 들어간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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