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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새싹부터 키운 LB인베스트 상장…"최고 수준 배당 VC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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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하이브, 무신사, 컬리,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국내 1세대 벤처캐피탈(VC·Venture Capital)로 LB인베스트먼트(이하 LB)가 스타트업 시절부터 투자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곳이다. 27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LB가 투자에 나서 유니콘이 된 회사만 10곳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LB의 까다로운 투자 심사를 통과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한번 투자를 받으면 성공할 때까지 집중 관리를 받는다. ‘얕고 넓은’ 투자 대신 ‘선택과 집중’이 이 회사가 설립 이래로 구사해 온 투자 전략이다.

이런 전략으로 LB는 방탄소년단(BTS)을 키운 하이브는 물론 카카오게임즈·펄어비스·넥슨·크래프톤 등 국내 굴지의 게임사에 초기 투자해 많게는 17배가 넘는 투자금을 회수했다.

무신사·컬리·에이블리·뮤직카우 등 업계에서 두각을 보이는 스타트업도 현재 LB의 인큐베이터 안에 있다. ‘될성부른’ 기업에 투자한 결과는 실적으로 증명된다. LB가 운용 중인 모든 펀드의 평균 총 수익률(IRR)은 지난해 말 기준 33.3%에 달한다.

이 회사가 오는 2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지난 13~14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12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최종 공모가도 희망 밴드 최상단(5100원)으로 확정됐다. 공모 예정 금액은 235억5000만원. 상장 후 모집 자금은 LB가 운용하는 펀드 내 자체 출자 비중을 늘려 회사 성장 속도를 높이는 데 쓰인다.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은 상장 벤처캐피탈 평균 이상으로 한다’는 주주 환원 원칙도 정했다. 상장을 앞둔 이 회사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기호 LB베스트먼트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박기호 LB베스트먼트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벤처업계에선 유명한 VC지만 개인투자자에겐 생소한데. 회사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LB는 1996년 LG창업투자로 출발한 범LG가(家)의 벤처투자사다. 설립 이후 27년간 총 547개 회사에 투자해 111개 회사를 상장시키거나 인수·합병(M&A)한 투자 경험이 있다.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등 국내외 금융기관 자금으로 1000억원 안팎의 중·대형 벤처펀드를 운용해 평균 33.3%의 총 수익률(투자 기간 종료 기준)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펀드 운용자산(AUM)은 1조1935억원으로 업계 4위를 기록 중이다. 27년 동안 단 한 건의 법규나 규정을 위반한 적이 없는 투명한 회사 운영도 자랑거리 중 하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7년간 비상장 형태로 운영했는데, 굳이 증시 혹한기에 상장하는 이유는.
그동안 LB가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높았지만, 펀드 수익이 회사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건 미약했다. 펀드 내 업무집행사원(GP)으로서 회사의 자체 출자 비중이 작았기 때문이다. 주요 벤처캐피탈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는 GP 출자 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16.7%이고 KB인베스트먼트는 30.5%에 달하지만, LB인베스트먼트는 6.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상장 이후 주식시장에서 모집한 자금으로 GP 출자 비중을 늘려 5년 뒤에는 15%로 확대할 계획이다. 펀드 운용자산도 작년 말 현재 1조1935억원 규모에서 5년 후 2조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증시 상장은 회사가 투자 규모와 업종·지역 등을 확대해 회사 성장 속도를 높이고 주주 환원도 늘리는 데 활용하려고 한다.
금리 인상으로 벤처업계도 어려움이 많았다. 올해와 향후 실적 전망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LB는 지난해 에이프릴바이오·플라즈맵·레이저셀·클라우드닥터(홍콩) 등 4곳을 상장시켰는데, 주식시장이 침체했던 지난해엔 대부분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 기존 상장사 투자금 회수와 함께 올해 신규 상장으로 회수할 수 있는 수익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상반기만 지나더라도 눈에 띄는 실적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투자한 기업 중 올해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곳은
올해는 투자한 기업 6곳이 상장할 전망이다. 연초 상장한 스튜디오미르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또 웹툰제작사인 와이랩, 항암 치료제 개발사인 큐로셀, 생체 현미경 개발사인 아이빔테크놀로지, 인공지능 광고 플랫폼 버즈빌, 중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윈마이 등이 증시에 노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까지 고금리 상황이 지속해 성장 기업의 혹한기도 길어질 조짐이다. 올해 신규 벤처 투자 계획은.
2000년대 닷컴 버블 붕괴로 닥친 벤처기업의 혹한기는 5년이 지나서야 회복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통화 긴축 국면은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벤처 투자 흐름으로 보면 3~5년 뒤에 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한다. 벤처펀드는 조성부터 청산까지 9년이란 시간이 주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올해와 내년을 벤처 투자의 적기로 보고 있다. LB는 지난해 2700억원 규모 펀드를 성공적으로 조성했고, 기존 재원과 합쳐 약 4000억원가량을 향후 2~3년간 투자할 계획이다.
박기호 LB베스트먼트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박기호 LB베스트먼트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LB는 투자 기업을 까다롭게 선별해 집중 투자하는 전략으로 유명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가
LB가 투자 기업을 선정할 때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은 '이 기업이 한국의 해당 분야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인가'다. 가장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수년이 지나 초기 투자금의 10배가 넘는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가령 LB가 투자한 사례로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ABLY)가 있다. 관련 업계에서 최고의 기획력을 가진 팀이 나타났고, LB는 이 회사에 초창기(2019년 5월) 4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2020년에 60억원, 2022년에 또 100억원을 투자했다. 지금은 투자금의 11배의 수익 배수(멀티플)가 기대되고 있다. 통상 VC들은 다양한 벤처기업에 5억~10억원 정도의 소액을 ‘얕고 넓게’ 투자한 뒤, 성장성이 보이는 곳에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그러나 LB는 될성부른 기업을 깐깐하게 선별해 통 크게 초기 투자와 후속 투자를 진행한다. 심사역 한 명이 직접 투자한 뒤 관리하는 회사는 10개가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시중 벤처 투자 자금이 해당 기업으로 몰린다. 선도투자 효과로 기업은 더욱 성장하게 돼 있다. 성공 확률이 아주 높은 투자 방식이라고 자부한다.  
어떤 기준을 충족한 스타트업이 LB의 투자를 받을 수 있나
우선 창업자의 능력과 성실함, 리더십 등을 살펴본다. 또 스타트업 구성원 간의 팀워크, 계획성 있는 사업 준비 상태 등을 심도 있게 본다. LB 심사역의 평균 근속 기간은 7년이 넘고, 파트너들도 15년이 넘는다. 이런 경험 있는 전문 인력이 진행하는 신규 투자는 1명당 1년에 2개 수준이다. 27년 동안 쌓인 무형의 기업 심사 능력이 LB의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부터 유망하게 살펴보는 투자 분야는.
챗GPT 현상이 가져올 인공지능(AI)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업,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기초적인 기술은 구글·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겠지만, 원활한 AI 서비스, 그래픽처리장치(GPU) 효율화 기술 등에선 한국에도 뛰어난 기업들이 많다. LB가 투자한 곳으로는 GPU 효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을 보유한 래블업이란 회사가 있다. LB가 주도적으로 전체 100억원 중 70여억원을 투자했다. 또 고용 부족 속에서 주목받는 무인화 기술이나 반도체 핵심 기술, 수소, 2차전지 등에서도 투자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1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박기호 LB베스트먼트 대표. 그는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 펀드 운용자산(AUM) 실적을 소개했다. 장진영 기자

1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박기호 LB베스트먼트 대표. 그는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 펀드 운용자산(AUM) 실적을 소개했다. 장진영 기자

최근 중국의 리오프닝이 시작되면서 해외 투자도 활발해질까.
벤처 생태계로만 보면 중국은 리오프닝 이후에도 명확한 정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중국 투자는 조용한 가운데 움직이는 정중동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보니, 중국계 VC들의 허브도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넘어가고 있다. LB도 올해 4분기에는 싱가포르 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다. 동남아 벤처기업으로는 그랩(Grab)·고잭(Gojek) 등이 유명한데, 이런 회사들도 현재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조정 국면 이후에는 동남아 지역 유망 기업들도 물색할 계획이다. 
상장 이후 주주 환원 정책은
LB는 상장 이후 VC 업계 최고 수준의 배당을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배당성향을 전체 상장 VC 평균 이상으로 잡고 있다. 범 LG 계열이란 1대 주주의 상징성과 보호예수 기간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지분 변동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최대주주와 상장에 참여하는 모든 주주의 이해를 충족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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