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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앞에 기단(基壇) 복원...57년만에 공개된 일제 전차 철로

중앙일보

입력

16일 광화문 월대와 주변부 발굴조사 현장이 시민에 공개됐다. [연합뉴스]

16일 광화문 월대와 주변부 발굴조사 현장이 시민에 공개됐다. [연합뉴스]

16일 서울 광화문 월대(月臺) 복원조사 현장이 일반에 공개됐다. 조선시대 광화문 월대 규모는 길이 48.7m, 너비 29.7m에 달한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부터 월대부(1620㎡)와 그 주변부(4487㎡) 일대에서 복원·정비사업을 해왔다. 임금이 다닌 길인 어도(御道)와 길게 다듬은 장대석을 이용해 축조된 기단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월대는 궁궐과 같은 주요 건물 앞에 설치한 넓은 단으로 하례 등 각종 행사 때 쓰였다. 경복궁 근정전 주변 월대가 대표적이다. 경복궁 광화문 앞 월대에 관한 역사적인 기록은 딱 두 번 나온다. 한 번은 1866년이다. 구한말 흥선대원군이 주도해 경복궁을 중건할 때 만든 ‘경복궁영건일기’라는 문서다.

2018년 문화재청이 명지대 한국건축문화연구소를 통해 만든 보고서에도 월대 기록이 나온다. 이 보고서에는 ‘세종 때 조성된 월대는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화재로 소실되면서 사라진 것으로 판단되며, 1867년 경복궁 중건 당시 광화문과 함께 다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 부설 철도 모두 뜯어낸다 

이날 시민 눈길을 확 끈 건 일제가 1917년 도심에 부설한 전차 철로다. 철로는 광화문을 등지고 보면, 좌(안국동)·우(효자동) 두 방향에서 내려오다 월대부에서 ‘Y자’ 형으로 합쳐진 뒤 세종로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철로는 갑석을 깐 뒤 그 위로 콘크리트를 부어 기초를 만들었다. 침목은 70~80㎝ 간격을 두고 설치했다. 기차가 다니던 철로는 1966년 세종로 지하도가 생기면서 묻혔고, 이후 57년 만에 벌겋게 부식된 철로가 땅 위로 나왔다.

월대는 복원예정이라 ‘Y자’ 철로는 모두 뜯어낼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형이 남아 있는 철로는 (광화문에서) 장소를 옮겨 전시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16일 서울 광화문 월대와 주변부 발굴 조사 현장에서 발견된 일제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전차 철로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시민들이 16일 서울 광화문 월대와 주변부 발굴 조사 현장에서 발견된 일제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전차 철로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발굴조사 4월까지 마무리 예정

월대 주변부 발굴현장에서도 철로 일부 구간이 나왔다. 그 철로 아래 70㎝ 깊이엔 의흥삼군부·의정부 외행랑터로 추정되는 건물지가 있다. 의흥삼군부는 요즘으로 치면, 합동참모본부 격이다. 의정부는 당대 최고 행정기관이었다. 이에 발굴현장에선 중앙 관청이 모여 있던 ‘육조거리’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또 일제가 월대와 삼군부 등 주요 시설물을 훼손하고 그 위에 철로를 부설한 사실도 알게 된다.

복원 후엔 역사 공간이 될 주변부 안 철로 역시 철거된다. 서울시는 철거 이후 발굴조사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철로 바로 밑에 또 다른 유구(遺構·옛 토목건축의 구조나 양식을 알려줄 흔적)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광화문 월대와 주변부 발굴조사 현장이 시민에 공개됐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광화문 월대와 주변부 발굴조사 현장이 시민에 공개됐다. 연합뉴스

오는 10월 복원 광화문 월대 돌아온다 

이 현장은 18일까지 공개한다. 공개 전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웹사이트를 통해 회당 선착순 30명씩 모두 270명을 받았는데 이미 마감했다. 이날 현장에는 예약하지 않은 시민도 호기심에 찾기도 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다음 달까지 발굴조사를 마치고, 올해 10월까지 광화문 월대 복원을 마무리해 개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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