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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 중과 완화‧실거주 의무 폐지 ‘미완’…시장은 혼란

중앙일보

입력

#경기 수원에 자가 아파트에 사는 A씨(35)는 39㎡ 둔촌주공 무순위 청약에 당첨됐다. 계약일이 이달 20일이지만, 계약금을 낼지 결정을 못 내렸다. A씨는 “직장이 수원 쪽이라 투자 목적으로 청약을 넣은 거지 거기서 살 생각은 없는데 실거주 의무조항 폐지와 취득세 중과 완화 시행 소식이 아직 없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발표는 했는데, 법안은 감감무소식

정부의 주요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이 표류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연착륙을 목표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연이어 정책을 발표했는데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 하면서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의 시행은 기약이 없다.

8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인 '올림픽파크 포레온' 현장 모습. 연합뉴스

8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인 '올림픽파크 포레온' 현장 모습. 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3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무순위 청약 당첨자가 발표되면서 당첨자들의 고민도 커졌다. 정부가 올해 초 청약 규제를 완화하면서 이번 무순위 청약엔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당첨 자격이 주어졌다. 이 때문에 899가구에 총 4만1540명이 몰렸고, 청약 당첨자 중에 다주택자도 여럿이다.

“분양권 팔고 거기서 살아야 하냐”

문제는 실거주 의무조항 폐지가 여전히 언제 시행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한다고 밝힌 건 지난 1‧3 부동산대책에서다. 이를 위해선 주택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 본회의는커녕 상임위원회 논의도 부진하다. 둔촌주공의 경우 입주 예정일(2025년 1월)까지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당장 정부 발표를 믿고 청약을 받은 당첨자에게 ‘불똥’이 튄다. 현행 기준대로 2년간의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만 해서다.

정부는 이와 함께 부동산 분양권을 사고 팔 수 있도록 전매 제한 기간을 축소하기로 했다. 역시 1‧3 부동산대책 내용이다. 둔촌주공을 예로 들면 전매 제한 기간이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이는 법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해 입법예고를 거쳐 이달부터 시행된다. 쉽게 말해 입주 전부터 팔 수는 있는데, 2년은 살아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입주 전에 집 판 사람은 매수자나 세입자랑 같이 살라는 거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도 여전히 국회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 걸려 있다. 장기 보유 1주택자의 부담금 감면하고, 부담금 면제 초과이익 기준을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만 발의됐을 뿐, 법 개정은 진전이 없다.

여야 합의 안 되면 취득세 2배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취득세 중과 완화 관련 법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달 지방세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야당이 원안 통과에 반대하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2주택자는 중과세율 대신 기본세율(1~3%)을 적용하고, 3주택자는 세율을 8~12%→4~6%로, 4주택자 이상과 법인은 12%에서 6%로 취득세율을 낮추는 게 정부·여당안이다.

국회 행안위 관계자는 “3주택과 4주택자 이상 다주택자 중과 완화가 과도하다는 게 더불어민주당 입장인데 여야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행안위 법안심사1소위도 통과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둔촌주공 전용 49㎡(8억1000만원) 당첨으로 비조정지역 3주택자가 됐다면, 법 통과가 안 될 경우 취득세로 6480만원을 내야 한다. 정부 발표대로면 취득세는 324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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