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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인기 충돌전 무슨 일이…러 전투기 촬영 추정 '4초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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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ㆍ러 국방장관이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한 미군 무인기의 추락 사태를 놓고 15일(현지시간) 전화통화로 입장을 교환했다. 냉전 이후 양국 군용기의 첫 충돌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긴장 고조를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50여개국 국방 당국자간 협의체인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전화로 협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전날 오전 우크라이나 남쪽 흑해에서 러시아 공군 수호이(Su)-27 전투기의 도발로 미 공군 MQ-9 ‘리퍼’ 무인 정찰기가 추락한 것과 관련한 통화였다.

 미국 공군 무인기 MQ-9 '리퍼'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흑해에서 러시아 공군 Su-27 전투기와 충돌해 추락했다고 미군은 밝혔다. 사진은 MQ-9이 2021년 9월 GBU-12 '페이브 웨이 II' 레이저 유도폭탄과 AGM-114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채 남부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 사진 미 공군

미국 공군 무인기 MQ-9 '리퍼'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흑해에서 러시아 공군 Su-27 전투기와 충돌해 추락했다고 미군은 밝혔다. 사진은 MQ-9이 2021년 9월 GBU-12 '페이브 웨이 II' 레이저 유도폭탄과 AGM-114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채 남부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 사진 미 공군

오스틴 장관은 “현재 우리는 어떠한 잠재적 긴장 고조 가능성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그래서 소통선을 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즉시 전화로 서로에게 관여하는 것은 매우 핵심적이며, 이런 소통이 오판을 막는 걸 돕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강은 투명성과 소통에 있어 귀감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통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자세한 통화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미국 측의 요청으로 양국 장관이 통화했다”고만 이날 발표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ㆍ러 국방장관이 핫라인 통화를 가동하기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 첫 통화를 가진 뒤,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전황과 관련한 양국 간 소통 확인을 목적으로 두 번째 통화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오스틴 장관은 이날 열린 UDCG 회의에서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어디서나 비행과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며 “ 러시아는 전투기를 안전하게 운항할 의무가 있다. 실수하지 말라”고 발언했다. 한마디로 러시아 측에 재발 방지를 경고한 셈이다.

고의적 충돌 여부는 미확인

다만 미국은 이번 사태를 러시아가 의도한 것인지에 대해선 확정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밀리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물리적 충돌의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은 고의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와 군사적 갈등을 원치 않으며, 조사를 진행하면서 국제 영공에서의 권리 행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MSNBC와 인터뷰에서 “현재 최상의 평가는 그것이 고의가 아니었을 가능성”이라며 우발적으로 사태가 벌어졌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들을 지지하는 한 텔레그램 계정에 Su-27 전투기가 근접 비행을 하며 촬영한 MQ-9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게재됐다. 텔레그램 캡처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들을 지지하는 한 텔레그램 계정에 Su-27 전투기가 근접 비행을 하며 촬영한 MQ-9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게재됐다. 텔레그램 캡처

이런 가운데 MQ-9의 추락 전 상황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돼 진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미 군사 전문 매체 워존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들을 지지하는 텔레그램 계정에 충돌 사고 직전에 촬영한 4초 분량의 짧은 영상이 게재됐다.

Su-27 전투기 조종사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느리게 비행하는 MQ-9의 모습이 담겼다. 영상만 보면 Su-27이 근접 위협 비행을 한 셈이다. 영상에 나타난 미 공군 무인기는 최신형인 'MQ-9A' 기종인데, 미사일 등 무장을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전날 미군 측이 주장한 연료를 뿌리거나 충돌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아 이 영상만으로는 MQ-9 추락 사태의 전말을 알긴 어렵다. 워존은 “영상의 촬영 시점 등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전투기 조종석의 캐노피에 이물질이 묻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조작된 영상으로는 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

"돌진할 때 통제 불능이었다" 

앞서 미 국방부는 MQ-9이 촬영해 본부로 전송한 영상을 공개하기 위해 ‘기밀 해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밀리 의장은 “우리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Su-27 전투기 조종사의 조종 미숙으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MQ-9이 촬영한 영상을 직접 봤다는 익명의 미군 관계자는 PBS에 “러시아 전투기가 드론(MQ-9)을 향해 돌진할 때 통제 불능 상태로 보였다”며 “베테랑 조종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미 공군 관계자는 “방해의 고의성은 있지만, 충돌은 단순한 무능력으로 보인다”고 워존에 말했다.

러시아 공군의 Su-27 계열 전투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주력기로 초계 임무에도 투입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공군의 Su-27 계열 전투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주력기로 초계 임무에도 투입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미국은 추락한 MQ-9을 회수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CNN은 복수의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추락 직전 원격으로 민감한 소프트웨어 삭제를 지시했다”며 “러시아가 이를 회수해 기밀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CNN에 출연해 “추락한 기체는 아직 회수되지 않았고, 회수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측은 추락한 기체의 잔해를 찾을 계획이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이날 현지에 중계된 방송에서 “이번 사건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관여했다는 사실이 또다시 확인됐다”며 “우리는 (명백한 증거인) 추락기 잔해를 수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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