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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안보·문명’ 中 글로벌 이니셔티브 3부작…세계 지도자 시진핑 이미지 구축 박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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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대화' 기조 연설에서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대화' 기조 연설에서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70) 중국 국가주석이 문명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문명 간의 공존을 골자로 하는 ‘글로벌 문명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16일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전날 시진핑 주석은 온라인으로 열린 ‘중국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대화’에서 행한 기조연설에서 “각국의 앞길과 운명이 긴밀하게 연결된 지금 서로 다른 문명의 포용과 공존, 교류와 서로 배움은 인류 사회의 현대화 과정을 촉진하고 세계 문명의 번영에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한다”며 이른바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이로써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발전 → 안보 → 문명으로 확장됐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기간이던 지난 2021년 9월 유엔 총회 화상 연설에서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를, 지난해 4월 보아오(博鰲) 포럼 화상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이날 시 주석의 기조연설은 서구가 주도하는 문명을 비판하고 중국 주도의 문명관을 피력했다. 시 주석은 애용하는 구절인 “꽃 한 송이가 홀로 핀다면 봄이 아니다. 백 가지 꽃이 함께 피어야 봄이 정원에 가득하다(一花獨放不是春 百花齊放春滿園)”를 인용하며 “세계 문명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문명의 평등·상호 배움·대화·포용을 견지하며, 문명 교류를 통해 문명의 장벽을 초월하고, 문명의 상호 배움으로 문명의 충돌을 초월하며, 문명의 포용으로 문명의 우월을 초월할 것을 우리가 더불어 제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연설 행간에 미국에 대한 비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세계는 ‘신냉전’이 필요 없고, 민주를 기치로 내세워 분열과 대결을 부추기는 것 자체가 민주정신을 짓밟는 것으로 인심을 얻을 수 없고 심각한 후환을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식 현대화는 식민과 약탈의 낡은 길로 가지 않고, 나라가 강하면 패권을 추구하는 잘못된 길로 가지 않고 평화 발전의 바른길로 가겠다”며 “모든 형식의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를 굳게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실현하는 현대화는 세계 평화 역량의 증강이며 국제 정의 역량의 확대”라며 “어느 정도까지 발전하든 관계없이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칭하거나 확장을 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날 ‘현대화의 길:정당의 책임’을 주제로 한 국제 세미나에는 남아공·남수단·니카라과·베네수엘라·세르비아 대통령과 몽골·동티모르·파푸아뉴기니·그라나다 총리를 비롯해 150여 개국 500여명의 정당 및 정치 지도자가 참석했다.

차이치(蔡奇) 당 정치국상무위원은 정리 발언에서 “시 주석이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를 제안함으로써 인류 공동의 도전에 맞서는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용기와 책임을 보여주고 인류 문명 진보를 촉진하기 위한 중국의 솔루션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이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연속해서 제안하고 나온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를 바꿀 수 있는 글로벌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그동안 구체적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른바 인류 운명 공동체 구상의 각론을 발전 → 안보 → 문명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보완에 들어갔다.

美 전NSC 보좌관 “마르크스의 국가소멸론과 연결”

미국은 시 주석의 이니셔티브 외교 담론을 마르크스주의가 주장하는 세계관과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선임보좌관은 지난달 28일 미 하원에서 열린 ‘미국과 중공의 전략적 경쟁 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공은 ‘공동 운명’을 종종 ‘공유된 미래(shared future)’로 번역하면서 베이징의 권위주의 모델에 친화적인 글로벌 환경을 만들려는 목적의 인류운명공동체를 주된 외교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지난 2018년 시진핑의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연설은 마르크스의 비전인 국가가 소멸한 집단화된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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