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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직원 회사로 CB인수→거액 대출→北송금…檢 “이화영과 논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쌍방울그룹의 ‘800만 달러 α’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검찰이 이른바 대북송금 ‘기술자’로 통하는 김모씨의 공소장에 자금 형성 방식 등을 자세히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전 매제로, 쌍방울그룹 자금 관리를 도맡아 ‘금고지기’로도 불렸던 인물이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김씨를 구속기소했다.

檢, “이화영·김성태, 대북송금 액수·방법 논의”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는 모습.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대북송금을 사실상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는 모습.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대북송금을 사실상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김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2019년 1,4월 건넨 500만 달러를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 대납 목적’으로 적시했다. 그해 11월 송금한 300만 달러에 대해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 대납 목적 외화 밀반출’이라는 표현을 썼다. 앞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 전 회장의 공소장에도 적시된 것과 같은 내용이 강조된 것이다. 자금을 마련한 김씨와 김 전 회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로 무관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외화의 액수, 전달 방법 등 대북 외화 지급에 대한 전반적인 방안을 논의했다”고 적시했다. 또 2018년 12월 김 전 회장이 중국 단둥에서 북측 인사를 만나 “경기도를 대신해 5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이후엔 실무자인 김씨에게 “㈜칼라스홀딩스 등 비상장회사를 통해 대출을 받는 식으로 외화를 마련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한다.

비상장법인 설립→쌍방울 CB인수→대출

쌍방울 그룹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지난해 10월17일 검찰은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뉴시스.

쌍방울 그룹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지난해 10월17일 검찰은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뉴시스.

 김 전 회장이 처음으로 대납요구를 받았다는 2018년 10월 전후 쌍방울이 무리하게 자금을 마련하려 한 정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2018년 9월, 김씨와 김 전 회장 등은 김 전 회장의 측근 명의로 비상장법인인 ㈜착한이인베스트를 설립해 쌍방울의 6회차 전환사채(CB)를 인수하도록 하는 ‘우회로’를 거쳐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착한이인베스트는 CB 인수 후,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연이자 15%에 총 100억원을 빌렸고 쌍방울 계열사 2곳의 주식을 취득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데 썼다.

검찰은 쌍방울 측이 그해 11월 이 같은 사실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면서 측근 명의의 비상장회사와 쌍방울과의 관계를 누락하는 등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봤다. 착한이인베스트는 100억원을 쌍방울 계열사에 제공하는 대가로 주식을 담보로 받았지만 이 사실도 신고하지 않았다. 이른바 페이퍼컴퍼니가 건실한 투자회사로 위장해 담보도 없이 자금을 조달한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쌍방울이 이재명 대표의 방북용 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하기 전인 2019년 9월에도 반복됐다. 김씨와 김 전 회장은 부하 직원 2명 명의로 각각 ㈜희호컴퍼니와 ㈜고구려37이라는 비상장회사를 설립한 후 이들 페이퍼컴퍼니가 쌍방울의 7회차 CB를 인수하도록 했다. 이 때도 이들 페이퍼컴퍼니는 금융권에서 17.5%의 고이율로 각각 47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쌍방울 계열사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검찰은 이들 페이퍼컴퍼니가 전환예정 주식 수 약 960만주에 달하는 전환사채 보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檢, “CB로 무자본 M&A하고도 미신고”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대북송금 방법과 액수 등에 대해 논의하고, 실무자인 매제 김모씨를 시켜 자금을 마련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대북송금 방법과 액수 등에 대해 논의하고, 실무자인 매제 김모씨를 시켜 자금을 마련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이 외에도 검찰은 김씨와 김 전 회장이 2019년 11월 ㈜비비안을 인수할 당시 ‘무자본 기업인수(M&A)’ 기법을 사용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시켰다. 당시 자금여력이 없었던 쌍방울과 광림은 인수 자금 중 220억원을 광림의 5회차 CB발행을 통해 마련했다고 한다. 검찰은 광림이 발행한 CB가 향후 비비안을 인수할 시 취득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담보부 CB’ 임에도 광림이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은 공소장에 “거래대금을 자기자금 및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것처럼 기재했다”고 적시했다.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중인 수원지검은 특히 쌍방울이 2018년 10월 착한이인베스트를 통해 마련한 100억원 등이 대북송금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화영 전 부지사가 쌍방울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남북교류협력기금 사용 및 대북사업 우선권 취득 등의 특혜를 준 만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가 관여했는지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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