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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발·묵은지까지 태국 날랐다…'한식 애호가' 김성태 황제 도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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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 한식 애호가인 김 전 회장을 위해 쌍방울그룹 임직원들은 여러 차례 김 전 회장의 도피처로 식자재 등을 공수했다. 공항사진기자단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 한식 애호가인 김 전 회장을 위해 쌍방울그룹 임직원들은 여러 차례 김 전 회장의 도피처로 식자재 등을 공수했다. 공항사진기자단

‘공진단, 굴비, 젓갈, 닭발, 들기름, 묵은지…’
쌍방울그룹이 도피 중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위해 국내에서 태국 등지로 공수한 식자재 목록이다.

수행비서 공소장에 드러난 김성태의 7개월 도주 행각

16일 중앙일보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의 공소장엔 김 전 회장의 도피 행각이 상세하게 적시됐다. 쌍방울그룹 이사인 박씨는 20년 동안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 겸 수행비서 역할을 한 인물이다. 지난달 27일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구속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2021년 11월 언론을 통해 ‘쌍방울그룹의 대선 후보자에 대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횡령·배임 의혹’이 불거지자 쌍방울그룹은 그룹 내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서는 한편 김 전 회장 등의 해외 도피를 추진했다.

박씨는 김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5월28일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를 수행해 캄보디아로 도피시켰다. 이후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 등 임원들이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추진하자 박씨는 캄보디아에서 모바일 메신저로 비서실 직원 A씨에게 연락해 “(김성태) 회장님 동선을 극비로 하고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로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달 30일 김 전 회장은 방 부회장과 함께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해외도피를 현지에서 도운 수행비서 박모 씨. 박씨는 김 전 회장의 7개월의 해외 도피를 수행한 인물이다. 연합뉴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해외도피를 현지에서 도운 수행비서 박모 씨. 박씨는 김 전 회장의 7개월의 해외 도피를 수행한 인물이다. 연합뉴스

박씨는 싱가포르에서 태국으로 이어지는 7개월에 걸친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 생활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다. 은신처를 마련하고 김 전 회장을 만나러 오는 쌍방울그룹 임원과 김 전 회장의 가족 등의 항공권을 예매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 전 회장이 먹을 음식을 조리해 제공하고 생활용품을 공수하는 것도 박씨의 몫이었다. 김 전 회장은 도피 시절 “먹는 거 때문이라도 귀국할 것”(김 전 회장의 지인)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한식 애호가다. 그러나 도주 중이라 한인 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까 봐 가지 못했다고 한다.

박씨는 이런 김 전 회장을 위해 쌍방울그룹 비서실 직원들을 시켜 항공수하물로 필요한 물품을 보내도록 지시했다.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7차례 걸쳐 김치와 젓갈, 고추장, 생닭, 닭발, 굴비, 들기름, 참기름, 과일, 건어물 등 음식·식자재와 전기밥솥·전기이발기 등 생활용품이 전달됐다. 박씨는 전달받은 음식과 식자재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김 전 회장에게 제공했다.

추적 피하려 은신처에서 1시간 떨어진 곳에서 통화 

박씨는 김 전 회장이 지난 1월 10일 태국 방콕 인근에 있는 골프장에서 체포되기 전까지 김 전 회장의 은신처를 마련했다. 그는 전 태국한인회장 A씨 등 현지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와 호텔, 빌라 등으로 은신처를 계속 옮겼다. 또 태국 현지에서 개통된 휴대전화 2~3대를 전달받아 김 전 회장과 나누어 사용했다. 이때도 위치 추적 등을 피하기 위해 은신처에서 자동차로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서 휴대전화를 켜서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한다.

박씨는 김 전 회장과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과 태국의 한 골프장에서 검거된 직후 도주했다가 캄보디아 국경 근처에서 붙잡힌 뒤 국내로 압송됐다. 체포 당시 박씨는 6대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다. 이 중 2대는 김 전 회장이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휴대전화들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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