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럽 덮친 'SVB 쇼크'…크레디트스위스 파산땐 파장 더 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 스위스 본사 건물 은행 로고. AFP=연합뉴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 스위스 본사 건물 은행 로고. AFP=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여파가 세계적인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S)로 옮겨붙으며 금융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파산 위기설이 지속됐던 스위스 투자은행 CS의 주가가 이날 24% 하락 마감했다. 2021년 2월 대비 주가가 85% 이상 빠졌다.

CS는 전날 연례 보고서를 통해 “2021년과 2022년 회계연도의 내부 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다"고 인정하면서 불안감을 키웠다. 스위스 2대 은행인 CS는 영국 그린실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 등 각종 금융 스캔들로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 고객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레디트 스위스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새로운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SVB발 금융위기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가 터져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특히 SVB는 미국의 지방은행이어서 그 충격이 제한적이지만 크레디트 스위스는 세계 ‘톱 5’ 안에 들어갈 정도로 유럽의 대표적 투자은행이어서 위기의 파장이 일파만파로퍼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미국연방보험예금공사(FDIC)에 따르면 SVB는 2022년 12월 31일 현재 총자산이 약 2090억 달러, 총예금이 약 1754억 달러다. 이에 비해 CS는 약 578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훨씬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금융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CS는 UBS(Union Bank of Switzerland·스위스 연방은행)와 쌍벽을 이루는 유럽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다. 1856년 스위스 철도 시스템 개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설립됐다. 1900년에는 스위스 중산층의 비약적인 성장에 발맞춰 상업은행으로 전환했다. UBS와의 스위스 양대 은행 경쟁 구도는 이때 형성됐다. 1905년 바젤에 첫 국내 지부를, 1940년 미국 뉴욕에 첫 해외 지부를 설립했다.

CS는 소매금융과 투자은행 부문을 시장 흐름에 맞게 재편하는 구조조정을 세차례나 단행했다. 그 덕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전 세계 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피해를 덜 보고 건실하게 버텨낸 은행으로 꼽히기도 했다. 본사는 취리히에 두고 있으며 직원이 5만명에 이른다(2021년).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대형 스크린에 크레디트스위스(CS)의 주가 변동 상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CS의 주가가 장중 30% 이상 폭락하며 크게 출렁였다. 뉴욕에 상장된 CS의 주가는 이날 14%가량 하락했다. EPA=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대형 스크린에 크레디트스위스(CS)의 주가 변동 상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CS의 주가가 장중 30% 이상 폭락하며 크게 출렁였다. 뉴욕에 상장된 CS의 주가는 이날 14%가량 하락했다. EPA=연합뉴스

한편 CS 주가가 장중 한때 30% 이상 폭락하는 등 혼란에 스위스 증시에서 거래가 자동 중단되고 다른 유럽 은행주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 주가는 한때 12% 떨어졌고 독일 도이체방크도 8% 하락했다.

이에 스위스 국립은행(SNB)과 금융감독청(FINMA)은 공동 성명을 내고 지난주 발생한 SVB 파산 사태를 거론한 뒤 “미국 특정 은행의 문제가 스위스 금융 시장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린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미국 은행 시장의 혼란이 스위스 금융권으로 번질 위험 징후는 없다”며 “CS는 은행의 자본 및 유동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