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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꺼내꺼'하다 6억 고물됐다…자전거 없는 자전거 주차타워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전거 못세우는 자전거 주차타워 

울산 남구 태화강역에 있는 자전거 기계식 주차타워. 김윤호 기자

울산 남구 태화강역에 있는 자전거 기계식 주차타워. 김윤호 기자

수억 원짜리 자전거 기계식 주차타워를 지어놓고, 정작 자전거는 수년째 한대도 세우지 못하는 곳이 있다. 시민들은 주차타워 바로 앞 노상 거치대에 자전거를 내걸어두고 있다. 한적한 시골 모습이 아니다. 광역시 도심 한가운데 철도역 광장에서 진행 중인 상황이다.

울산시 남구 태화강역 광장 한편에는 지상 4층 높이(면적 59.2㎡) 자전거 기계식 주차타워가 있다. 자전거 168대를 세울 수 있는 원통형 독립 건물로, 1층 출입문에 자전거를 세우면 자동차 기계식 주차타워처럼 기계 장치가 자동으로 타워 위쪽으로 자전거를 쌓아 올리고 내리는 전용 시설이다.

울산 남구 태화강역에 있는 자전거 기계식 주차타워. 김윤호 기자

울산 남구 태화강역에 있는 자전거 기계식 주차타워. 김윤호 기자

자전거 기계식 주차타워는 철도공사가 2010년 6억여원을 들여 지었다. 그리고 울산 남구와 협약을 맺고, 유지·관리·운영을 위임했다. 남구는 이 시설을 약 8년간 운영했다. 한해 운영비는 2000여만원이었다.

경상도 사투리로 '니꺼내꺼' 공방
문제는 2018년 12월 국가철도공단이 울산 태화강역사를 지으면서 생겼다. 기존 자전거 기계식 주차타워를 해체한 후 30m쯤 자리를 옮겨 지난해 2월 다시 만들었다. 이때부터 국가철도공단 영남본부 측과 울산 남구의 자전거 주차타워 인계·인수 '돌리기' 공방이 시작됐다. 경상도 사투리로 '니꺼내꺼' 공방이 시작된 셈이다.

철도공단 측은 자전거 주차타워 관리와 운영 등을 남구에 넘기려 했고, 남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 관계자는 "남구가 2010년 철도공사와 맺은 운영·관리·위임에 따라 주차타워를 맡아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했다. 남구 측은 "새 주차타워 현장 조사를 했더니 5번 중 4번이 오작동하는 상태여서 이대로 맡아 운영할 수 없다"고 맞섰다.

두 기관 이견 조율, 공문 보내기, 규정과 관리 책임을 찾고 묻고 따지는 사이 이 주차타워는 사용 불가 상태로 방치돼 있다.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해야 할 공공시설이 기관 간 돌리기 공방으로 텅 비어 있게 된 배경이다. 역사 신축 공사 시작 때로 보면 5년, 새로 옮겨 세워진 시점으로 보면 1년째 커다란 고물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한 철도기관 관계자는 "현재 주차타워는 관리가 안 되다 보니 타워 내 기계 설비가 고장이 나서 정상 작동이 안 된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남구 태화강역에 있는 자전거 기계식 주차타워 입구. 김윤호 기자

울산 남구 태화강역에 있는 자전거 기계식 주차타워 입구. 김윤호 기자

해결책 찾으려는 긍정적인 소식 들려
늦은 감은 있지만, 긍정적인 소식도 들린다. 자전거 기계식 주차타워를 새로 옮겨 세운 국가철도공사 영남본부 측이 이달 말 주차타워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해 작동 가능하도록 최대한 손질해보겠단다. 물론 정비 비용이 과하게 든다면 울산 남구청 뿐 아니라 철도공사와도 재협의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뒀지만 말이다. 그러고 남구와 인수·인계 절차를 다시 진행해보겠다고 한다. 남구도 정상작동만 된다면 자체 예산을 세워 운영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시민들은 지금도 눈앞에 근사한 자전거 주차타워를 두고도 노상 거치대에 자전거를 걸어 두며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장기간 밖에 세워두면 자전거에 먼지가 쌓이고, 녹이 슬기도 한다. 세금낭비를 막기위해서라도 주차타워 정상운영 방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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