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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환골탈태 준비하는 中해군항공대… 韓, 대비가 필요하다(上)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10일, 중국 해군 최고의 전략 거점 중 하나인 다롄(大連) 조선소에서는 주말임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들이 펼쳐졌다. 5척이 동시 건조되는 모습이 식별돼 화제를 모았던 052D형 구축함의 27·28번 함이 ‘심야 진수식’을 통해 동시 진수됐고,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이 대규모 개수 작업을 위해 입고돼 함교에 설치된 레이더를 떼어내며 대공사에 들어간 날이기 때문이다.

3월 10일 랴오닝 다롄항에서 촬영된 랴오닝 항모 공사 사진. [사진 웨이보 캡처]

3월 10일 랴오닝 다롄항에서 촬영된 랴오닝 항모 공사 사진. [사진 웨이보 캡처]

랴오닝함은 지난 1985년 소련 해군이 건조를 시작해 67% 정도의 공정에서 건조가 중단된 중형 항공모함 ‘바리야그(Varyag)’를 1998년 중국이 구매해 완성한 항모이다. 만재 배수량 6만 톤 급에 달하는 이 항모는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2012년 취역 이후 중국의 군사 굴기를 보여주는 선전 자료로 곧잘 활용됐지만, 중국 해군은 이 항모를 ‘실전용’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구매 당시 장기간 방치돼 선체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았고 설계 자체가 매우 낡아 중국제 신형 장비 설치로도 구형 군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랴오닝함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내구성이었다. 이 배는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미콜라이우(Mykolaiv)’로 부르는 드네프르강 하구의 대도시에 위치한 니콜라예프 해군 조선소(Nikolayev South Shipyard)에서 1985년 착공했지만, 1990년에 건조 공사가 중단돼 무려 11년간 방치됐었다. 드네프르강과 흑해가 만나는 이곳은 습도가 높고 해무가 자주 발생하는 곳으로 방치된 선박이 부식되기에 기막힌 조건을 갖춘 곳이다. 민간 선박과 군함을 막론하고 모든 배는 건조 마지막 공정에 부식 방지 처리 작업이 실시된다. 즉, 이 배는 11년간 흑해의 염분 가득한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부식됐고 중국이 구입 후 예인선으로 끌고 올 때도 무려 5개월간 흑해·지중해·대서양·인도양·남중국해의 거친 바다를 통과하며 적지 않은 대미지를 입었다.

랴오닝함은 다롄에서 10년간 연구·개조 작업을 받으면서도 해풍에 노출됐다. 물론 중국은 이 항모를 개장해 군용으로 사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롄에서는 어느 정도 관리를 받기는 했지만, 선체 전체를 완전히 해체해 모든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하지 않는 이상 선체 주요 골격에 가해진 피로도와 부식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랴오닝함은 취역 초기부터 선체 내구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끝없이 제기됐었다.

지난 10일 랴오닝 다롄항에서 촬영된 랴오닝 항모 공사 사진. [사진 웨이보 캡처]

지난 10일 랴오닝 다롄항에서 촬영된 랴오닝 항모 공사 사진. [사진 웨이보 캡처]

이러한 내구성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중국은 지난 2018년 8월, 랴오닝함을 취역 6년여 만에 다롄 조선소에 입고시켜 6개월에 걸친 대대적인 개장 공사를 받게 했다. 당시 식별된 주요 공정은 아일랜드에 설치된 레이더와 일부 전자 장비 교체, 비행갑판 일부 교체, 갑판 구조강도 보강 등이었는데, 이때 공사를 통해 선체 내구성을 상당 수준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랴오닝함은 4년 만에 다시 대규모 개장 공사에 들어가게 됐다.

3월 10일 조선소에서 식별된 랴오닝함은 흘수선(吃水線)은 물론 함수 전방의 구상선수(Bulbous bow)가 드러날 정도로 얕게 떠 있었는데, 이는 중국이 이 배의 선체 내부에 들어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 탈거 가능 시설물을 제거해 배가 매우 가벼워진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랴오닝함의 만재배수량(Full load displacement)은 6만 7500톤으로, 모든 장비와 물자, 항공기를 실었을 때 흘수선 아래 물속에 잠기는 깊이가 8.97m에 달한다.

흘수선 아랫부분이 상당 부분 물 위로 드러났다는 것은 이 배가 경하배수량(Light displacement)인 4만 3000톤 수준까지 가벼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지금 랴오닝함은 내부의 거의 모든 화물과 장비를 들어내고 전체적인 내부 개장 공사를 할 준비까지 마쳤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랴오닝 다롄항에서 촬영된 랴오닝 항모 공사 사진. 레이더 제거 작업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이일우 제공]

지난 10일 랴오닝 다롄항에서 촬영된 랴오닝 항모 공사 사진. 레이더 제거 작업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이일우 제공]

현지 소식통이 보내온 사진들을 분석해 보면 랴오닝함은 이러한 공사 준비가 끝남과 거의 동시에 아일랜드 꼭대기에 있는 382형 3차원 대공 레이더를 떼어냈다. 개장 공사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일랜드에 붙어있는 다른 레이더와 전자 장비들도 철거될 가능성이 높다.

비행갑판에도 여러 개의 작업자용 컨테이너 사무실과 공사용 물자들이 적재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는데, 이는 비행갑판도 갑판 교체 등 대대적인 공사가 이루어질 것을 보여주는 징후들로 식별된다.

그렇다면 중국이 전반적인 개장 공사를 받은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랴오닝함에 또 대공사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최근 식별된 중국해군항공대의 총체적인 개혁 조치들과 연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해군항공대(海軍航空兵, 이하'해항')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며 배속 항공기 대부분을 공군으로 이관하는 파격적인 조처를 했다. 중국 해항은 2만 5000명 이상의 병력과 700대의 각종 항공기를 보유해 어지간한 나라의 공군력을 능가하는 대규모 조직이었는데, 이번 개편 조치를 통해 보유 항공기 가운데 300대 가까이가 공군으로 이관됐다.

이관 대상 기종은 H-6G/N 폭격기, JH-7A 전투폭격기, J-8H/FH 전투기, J-10AH 전투기, J-11BH/BSH 전투기, Su-30MK2 전투폭격기 등 항모 운용이 불가능한 육상기지 전용 기체들이었다. 실제로 지난 2월 24일,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인근 공역에서 미 해군 P-8A 초계기에 근접 기동을 하며 위협했던 J-11BH 전투기는 하이난다오 러둥리족자치현(樂東黎族自治縣)에 주둔하는 남부전구 예하 제8해군항공여단 소속 기체였지만, 해군용 기체임에도 불구하고 공군 도색을 하고 있었다.

2021년 7월 15일 공개된 ECM 포드가 장착된 PLANAF J-11BH 다목적 전투기. [중국 CCTV 캡처]

2021년 7월 15일 공개된 ECM 포드가 장착된 PLANAF J-11BH 다목적 전투기. [중국 CCTV 캡처]

홍콩 밍바오(明報)는 “올해 춘제(春節) 때 광시장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 구이핑(桂平), 장쑤성(江蘇省) 창저우(常州) 등의 지역에서 공무원들이 해항 부대를 위문 방문했는데, 당시 해항 부대원들은 해군 군복 대신 공군 군복을 입고 있었고 부대 깃발도 해항기가 아닌 공군기가 걸려 있었다”고 보도했다.

구이핑은 H-6G/J 폭격기를 운용하는 제23해군항공연대(海航23團)가 주둔하는 곳이고, 창저우는 같은 기종을 운용하는 제17해군항공연대(海航17團)가 주둔하는 곳이다. 즉, 밍바오 보도처럼 중국 해항 소속 육상 발진 전용 항공기들의 공군 이관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해항의 이러한 항공기 이관 조치는 해항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해항은 올해 초 발표한 모병 계획에서 함재기 조종사 숫자를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하며 지원 자격을 크게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해항 조종사가 되는 방법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군항공공학원(海軍航空工程學院)에 진학하는 길뿐이었다. 이곳에서 4년간의 생도 생활을 마치고 임관하면 초등·고등 비행훈련 1년, 함재기 전문 운용 교육 2년 6개월을 거쳐 함재 전투기 조종사 자격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해군항공공학원은 오로지 남성 생도만 뽑았지만 올해 바뀐 입시요강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생도 선발이 발표됐다. 그리고 해군항공공학원 졸업자가 아니더라도 일반 대학 이공계 졸업생은 물론, 현역 해군 수병 가운데 대학 재학 졸업 예정자도 함재기 조종사 과정에 지원할 수 있게 제도가 개편됐다. 이는 함재기 조종사가 되는 진입 장벽을 낮춰 조종사 자원을 크게 늘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해항 항공기들의 공군 이관을 보도했던 밍바오는 중국이 해항 개편을 통해 최소 6~7개 항공여단을 편성해 항모 이·착함용 함재 전투기와 함재 조기 경보기, 함재 대잠초계기, 함재 급유기와 무인기 등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진짜 해군항공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해항이 연안 함대를 지원하며 적의 중국 해안 접근을 막는 수세적 성격의 조직이었다면 앞으로 개편될 해항은 육상이 아닌 항모 운용에 더 중점을 둔 공세적 성격의 조직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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