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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직장인, 연차 5일 못 썼다…근로시간 30대>40대>50대>20대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근로자는 주 평균 41시간가량 일하고, 법적으로 주어진 연차 휴가는 5일 덜 썼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9월 20일~10월 7일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2만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근로 시간 30대>40대>50대>20대 

조사 대상자의 연령대는 만 19~29세 23%, 만 30~39세 21.8%, 만 40~49세 26.7%, 만 50~59세 28.4%였다. 이 가운데 취업자는 1만7510명이었는데 직업 특성별로 보면 상용근로자(76.5%)가 가장 많았고,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14.1%)가 뒤를 이었다.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9.4%)도 포함됐다.

일하는 시간을 따져봤더니 주 평균 40.81시간으로 나타났다. 30대(42.32시간)와 40대(41.59시간)가 가장 길었고, 50대(40.64시간), 20대(38.23시간) 등이었다. 미혼자(39.77시간)보단 기혼자(41.51시간)가, 맞벌이(40.81시간)보단 비맞벌이(44.12시간)가 소폭 길게 나타났다. 월평균 가구 소득이 700만원 이상으로 높은 집단에서 일하는 시간이 42.07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산업별로 나눠보면 제조업 43.89시간, 도소매·운수·숙박·음식점업 38.96시간, 보건업 및 사회복지·교육서비스업 38.51시간, 그 외 서비스업 40.02시간 등이었다.

희망 근로 시간은 실제보다 4시간 적어 

희망 근로 시간과는 격차가 있었다.

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근무시간 등 각 업체의 고용 조건들을 살피는 모습이 일자리 정보 게시판에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근무시간 등 각 업체의 고용 조건들을 살피는 모습이 일자리 정보 게시판에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전제로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 일주일에 얼마나 일하고자 하는지 물었더니 평균 36.70시간으로 나타났다. 실제 근로 시간보다 4시간가량 적다. 여성(34.28시간)이 남성(36.68시간)보다, 20대(34.97시간)가 30대 이상(36시간)보다 짧은 근무시간을 희망했다. 제조업 분야(39.07시간)는 비교적 긴 시간 일하기 희망한 데 반해 보건업 및 사회복지·교육서비스업은 34.86시간으로 나타나 격차가 있었다. 현재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집단도 44.17시간을 희망 근무시간으로 응답했다. 연구팀은 “장시간 일하는 집단에서의 현실과 희망의 간극이 크다”라고 했다.

휴게 시간은 얼마나 될까. 식사 시간을 포함해 평균 64.45분으로 나타났다.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집단에서 41~52시간 일하는 집단보다 오히려 휴게 시간이 짧은 특징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쉼이 부족하단 답변이 절반 이상(52.5%) 이었다.

가사에 쏟는 시간은 하루 평균 1시간 22.97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58.46분, 여성 1시간 48.79분으로 여성이 1.85배 많았다. 돌봄에서도 성별 차이가 있었다. 평균은 50.77분이었으며, 남성 33.88분, 여성은 1시간 18.58분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녀가 1명인 경우는 평일 돌봄 시간이 1시간 40.1분으로 자녀가 2명 이상인 경우의 1시간 26.48분보다 길게 나타났다”라며 “자녀가 1명인 집단에서 아동 연령이 낮을 가능성이 커 돌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휴가 평균 17일, 실제론 12일 써 

2021년 1~12월 한 해 동안 이동 없이 현재의 직장을 다녔던 임금근로자에 물었더니 부여받은 휴가 일수 평균은 17.03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사용한 휴가 일수는 평균 11.63일로 쓸 수 있는 휴가를 약 5일 이상 덜 사용했다.

연차 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한 주된 이유로는 연차수당으로 받기 위해서(20.1%)가 가장 높게 나왔다. 연구팀은 “처음부터 의도된 목적인지, 직장의 환경이나 상황이 연차 휴가 사용이 쉽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수당으로 받으려는 생각으로 전환된 것인지는 추후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뒤를 잇는 건 대체인력이 부족해서(18.3%), 업무량 과다(17.6%) 등의 이유였다. 특별한 휴가계획이 없거나(14.6%),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11.4%)란 답변도 있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앞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6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앞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일과 생활에 대한 균형 부분을 살펴봤더니, 10명 중 3명(33.4%)은 일과 생활이 충돌해 갈등을 겪고 있다고 했다. 40.6%는 일 때문에 생활에 충실하지 못했고, 48.5%는 업무 스트레스가 생활에까지 연결된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일과 육아·양육을 병행하는 게 어렵다는 것에 동의하는 비율은 79.1%였다. 일 때문에 자녀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 64.7%, 일하는 동안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된다 62.6% 등이었다. 육아·양육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는 데 대해서도 46.5%가 동의했다. 여성은 특히 58.2%로 나타나 남성(37.9%) 동의 비율과 20% 포인트 이상 차이 났다.

“자녀 직접 돌보는 시간 보장 필요”

일하는 양육자의 일-생활 균형을 위해 일하는 시간과 돌봄 시간 중 어떤 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한지 조사했더니 일하는 시간 보장보다 자녀를 직접 돌보는 시간을 보장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일-생활 균형을 실제 생활에서 유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조건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일하는 시간이 적절해야 할 것”이라며 “최대 52시간 근무 제도나 워라벨을 중요시하는 문화의 확산 등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희망하는 근로시간은 평균 주당 37시간 정도로 일하는 시간에 대한 관리는 꾸준히 필요해 보인다”라고 했다. 또 적절한 휴게시간을 갖는 게 피로와 스트레스, 안전·생명과도 직결된 문제로 철저히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간 일-생활 균형을 보기 위한 여러 연구가 있었지만 이처럼 개인 대상의 조사는 거의 없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팀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고용노동부)가 이 조사와 가장 유사하다”라면서도 “제도 활용 파악 측면에 중심을 두고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조사여서 개인의 일-생활 균형 실천을 알아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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