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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긴축하는 네·카오, 1만명 해고하는 메타…IT는 봄이 춥다

중앙일보

입력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AP=연합뉴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AP=연합뉴스

경기 침체로 전 세계 빅테크들의 감원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서도 정보기술(IT)업계 채용을 이끌던 네이버·카카오가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서고, 스타트업들 사이에선 권고사직이 확산되는 등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추가로 1만명을 더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만10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한 지 불과 넉 달만이다. 이번 감원 조치가 마무리되면, 지난해 9월 8만7300명이었던 메타 총 직원 수는 6만6000명으로 줄어든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는 ‘효율성의 해’”라며 “중복되거나 우선순위가 낮은 프로젝트는 접고, 모든 조직을 가능한 한 간결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고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구글 모회사) 등도 앞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치렀다. 빅테크 가운데 2차 구조조정을 발표한 것은 메타가 처음. 전 세계 IT 기업들의 정리해고 현황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2022년 이후 현재까지 기술기업들의 감원 규모는 약 30만명에 이른다. 미국에선 빅테크들이 서로 경쟁을 위해 의도적으로 초과 고용을 해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타사에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는 욕심에 일단 채용해놓고, 별 볼일 없는 ‘가짜 노동(fake work)’을 시켰었다는 것.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키스 라보이스(Keith Rabois) 벤처캐피털(VC) 파운더스펀드 파트너는 “아무것도 하는 일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카카오도 허리띠 꽉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팬데믹 시기 인재 확보 경쟁을 벌인 국내 빅테크 기업들도 예전 같지 않다. 임직원 성과급이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데다, 올해 보수적인 채용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기 때문. 카카오는 지난달 면접 준비 중이던 경력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채용 중단을 통보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불확실한 대외환경 변화로 인해 필수인력 외엔 보수적으로 뽑으려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기존에는 제한을 두지 않던 직원 1인당 회식비를 5만원 수준으로 제한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회사의 운영경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네이버는 해외 자회사들이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북미 웹소설 자회사 ‘왓패드’는 임직원 15%에 해당하는 42명을 해고했고, 지난 1월 네이버가 1조6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패션 개인간거래(C2C) 기업 ‘포쉬마크’도 직원을 소폭(전체의 2% 미만) 줄였다. 네이버는 이달 중 국내에서 신입 공채는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역성장한 만큼 경력 채용은 더 보수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네이버 직원들의 성과급은 전년대비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국내 성장이 정체기로 접어들어 글로벌 성과가 중요한데, 채용이 줄면 기존 인력으로 내수 서비스를 유지·보수하면서 해외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카카오 사옥.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카카오 사옥. 연합뉴스

IT 대기업들의 임원 보상도 깎였다. 지난 14일 공개된 네이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수연 대표는 취임 첫해인 지난해 11억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전임자인 한성숙 대표는 27억8000만원(21년 기준)을 수령했다. 카카오는 대내외에 긴축과 효율을 강조하면서도 ’대표에게 스톡옵션 5만주를 부여하고 퇴직금 지급률을 3배수로 인상’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하겠다고 지난달 공시했다가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차기 대표부터 적용하겠다”며 내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네이버·카카오는 이달 주총에서 이사들의 보수 한도를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채용 속도를 조절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기업 관계자는 “미국 기업은 해고하면 주가가 오르지만 한국에선 채용을 줄였다고만 말해도 부정적으로 보여 (기업들이) 이런 계획은 말도 못 꺼낸다”라며 “필수인력은 채용하겠지만 기업들의 눈높이가 더 높아졌고, 비(非)개발직의 채용 문은 확실히 좁아졌다”고 말했다. 쏘카 관계자도 “개발자는 상시 채용하지만 나머지 직무는 보수적으로 뽑는다”고 말했다.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제도를 고수해왔던 야놀자는 대표가 직접 나서 “생산성이 바닥 수준”이라며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는

애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 그린랩스를 비롯해 샌드박스네트워크, 패스트파이브, 정육각 등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이 자금난으로 구조조정을 했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에 따르면, 지난달 원티드 신규 채용공고 수는 전년동기 대비 20.6% 줄어든 5193건을 기록했다. 지원자 수는 79.4% 늘었지만, 합격 건수는 1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채용의 문이 다 닫힌 건 아니다. 국내외 빅테크들은 공통적으로 인공지능(AI) 부문에 최우선으로 투자하고 있다. 챗GPT가 촉발한 AI 경쟁이 거세지면서, 인재 확보전도 ‘선택과 집중’이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