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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황원묵의 과학 산책

잉어가 몸을 데우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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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부 교수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부 교수

하루 확진자 1만 명 안팎. 어느덧 코로나 팬데믹이 사그라지고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코로나 감염을 감기에 걸린 정도로 여기게 될 것이다. 사람뿐 아니다. 코로나도 변한다.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볼 때 숙주를 죽이지 않고 전염률을 높이는 것이 이득이다. 변이종들은 대체로 치사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다.

개인적인 입장에선 위중증이 아니라고 해도 성가신 것 중 하나가 발열이다. 체온은 코로나를 얼마나 심하게 앓는가 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바이러스가 체온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 면역 시스템이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높이는 것이다. 36.5도에서 38도, 1.5도만 올라도 몸이 꽤 괴롭다. 실상은 이때 우리 면역시스템은 더 잘 작동한다. 병균은 반대로 번식을 잘 못 하게 된다.

과학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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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 인간은 항온동물이다. 몸 안 단백질들이 체온에서 잘 작동하게 만들어져 있다. 온도를 살짝 올리면 따뜻한 물에 소금이 더 잘 녹듯이 면역 반응도 잘 일어난다. 반면 바이러스는 자체 온도 조절 장치가 없는 외부 침입자다. 바깥 온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 몸 안에 들어오면 가뜩이나 더운데 열까지 난다. 아마도 바이러스는 인간이 괴로워하는 것보다 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심한 고열은 우리 몸도 함께 상하게 한다. 지나친 면역 반응이 위중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낮춰야 하지만 약간의 열은 결국 필요한 고통이다. 재미있는 것은 변온동물인 잉어도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평소 뜨거워 가지 않는 더운 물 쪽으로 가서 머문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잉어 체내에서 이런 행동을 조절하는 단백질은 인간의 체온을 관장하는 단백질과 같은 부류이다. 감기에 걸리면 이불 뒤집어쓰고 따뜻하게 있으라고 하신 옛 어른들의 말씀을 잉어는 본능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