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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범죄다큐 적나라한 묘사…“고발 순기능” vs “선정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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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웨이브 ‘국가수사본부’(아래 사진)와 같이 범죄 실화를 다룬 OTT 다큐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웨이브 ‘국가수사본부’(아래 사진)와 같이 범죄 실화를 다룬 OTT 다큐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국내 사이비 종교들의 실체를 파고든 넷플릭스 8부작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이미 앞선 보도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이 드러난 바 있어 새로운 내용이 공개된 것도 아닌데 ‘나는 신이다’가 몰고 온 파급력은 지금껏 나온 그 어떤 사이비 종교 관련 폭로나 보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이 다큐가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이슈를 재점화할 수 있었던 건, 기존 보도에 비해 한층 적나라하게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고발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나는 신이다’는 JMS를 다룬 1회 시작부터 정명석의 변태적인 성범죄 행각이 담긴 30여초가량의 녹취를 비속어까지 그대로 재생한다. 이외에도 여성 신도들의 나체 영상이 얼굴만 모자이크된 채 등장하고, 오대양 편(4회)에서는 흐릿하게 처리되긴 했지만 변사체들이 뒤엉켜있는 실제 현장 영상이 여러 번 반복된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 정도로 사이비 종교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적이 없었다. 특히 이 시리즈는 피해자들의 고통에 몰입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이 잘 짜여졌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위), 웨이브 ‘국가수사본부’와 같이 범죄 실화를 다룬 OTT 다큐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웨이브]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위), 웨이브 ‘국가수사본부’와 같이 범죄 실화를 다룬 OTT 다큐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웨이브]

최근 토종 OTT인 웨이브도 지난 3일 공개한 ‘국가수사본부’가 실제 수사 현장을 현장감 있게 보여줘 호평을 받고 있다. 그간 범죄 다큐들은 수사 과정을 요약하거나 재연을 통해 보여줬다면, 이 시리즈에는 사건 현장에 경찰이 처음 출동하는 시점부터 용의자 신문 과정 등 기존에 보지 못했던 수사 장면들이 낱낱이 담겼다.

이런 다큐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까발리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필요 이상의 노골적인 연출에 따르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PD는 다큐로 만들었지만, 어떤 수용자들은 그저 흥미 위주의 예능으로 소비할 수 있으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나 모방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은 ‘방송법’에 명시된 심의 규정에 따라 범죄 사건 등의 묘사에 제약을 받지만, OTT 콘텐트는 이 법률에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드라마나 예능이 아닌 다큐도 TV보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OTT 시사 고발 콘텐트가 언론과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상황”이라며 “통합미디어법처럼 전체 콘텐트를 아우를 수 있는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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