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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이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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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가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저서에서 인간 문화의 기원을 ‘놀이’라는 화두를 통해 깊이 성찰해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깊은 영향을 남겼다.

그는 또 하나의 위대한 저서인 『중세의 가을』에서 ‘르네상스는 이미 중세의 후반에 시작되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유럽의 중세와 르네상스에 관한 역사 연구는 역사학계의 주요 연구 분야인데, 『중세의 가을』로 인해 중세와 르네상스의 관계를 바라보는 역사학계의 관점이 단절에서 연속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하위징가의 메시지가 지난 시절의 부정적 영향과 경제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소개하며, 그 사례를 원자력에서 찾고자 한다. 그리고 원자력이 국민에게 더 밝은 희망이 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역사는 1959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설립과 1962년 연구용 원자로인 TRIGA Mark-Ⅱ의 준공으로부터 시작돼 현재 과학기술, 산업, 의학, 생명과학 등 전반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25기의 가동 원전을 보유한, 설비용량 기준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국이며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2022년 이집트 원전 2차 측 건설을 수주하는 등 세계 원전 시장의 선두에 있다. 이는 국민의 성원 아래 정부와 수많은 과학기술자, 종사자들이 이뤄낸 빛나는 성과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원자력의 역사가 단절될 위기에 처한 때가 있었지만, 원자력 역사의 단절을 극복하고 연속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보아 원자력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됐다.

현재 원자력 분야에서 정부와 국회가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이는 원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원전 운영의 결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다. 원전 지역 지자체와 주민은 에너지 정책, 안전관리, 상생발전 등을 위해 고준위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며, 특별법에 영구처분장의 운영 시점을 2050년 또는 그보다 더 앞당겨 명시해야 중간저장과 영구처분 운영 전까지의 ‘원전부지 내 저장’이 ‘한시저장’임을 믿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하위징가의 역사관과 같이, 단절이 아닌 부단한 노력으로 일구어낸 연속의 역사관으로 국민에게 고준위방폐물의 안전한 관리와 에너지 정책의 백년대계에 대한 희망을 주고자 한다면, 정부와 국회가 원전 소재 지역과 학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기를 바란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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