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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반짝 인기로 끝날 우려…엔터계의 삼성·현대차 나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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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5일 관훈포럼에서 K팝의 미래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 [뉴시스]

15일 관훈포럼에서 K팝의 미래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 [뉴시스]

“SM 인수전을 전쟁이라고 바라본 적은 없다.…저희가 들어가서 SM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결과에 대해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하이브가 지난 12일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나온 첫 입장이다. 방 의장은 “인수를 승패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아티스트와 팬들의 행복을 위해 시작한 인수였고, 궁극적으로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지 상장사로서 고민한 결과다”고 말했다.

이날 연사로 초청된 방 의장은 기조연설과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한 준비를 강조했다. 방 의장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삼성이 있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현대가 있듯 K팝에서도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방 의장은 K팝 성장세 둔화를 우려했다. 관세청 음반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K팝 음반 수출은 2020년부터 감소세다. 한류 인기가 꾸준한 동남아시아에서 지난해 음반 수출은 전년보다 30% 줄었다. 방 의장은 “하이브 등 국내 엔터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걸 대단하다고 평가해주지만, 현업에 있는 이들은 지금의 인기가 ‘반짝’ 지나가면 안 된다는 위기감과 사명감 속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K팝 지속 성장의 원동력으로 ‘멀티 레이블’과 ‘플랫폼’, ‘사람’을 꼽았다. 새로운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기 위한 노하우를 발굴하고 조직 운영에 적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레이블 간 경쟁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또 팬들이 언제든 원할 때 콘텐트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플랫폼을 연구하고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 의장은 “이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과 애정이 필요하다”며 “연봉과 근무 조건을 포함한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노력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브의 SM 인수 절차 중단에 대해 방 의장은 “시장의 과열이나 생각 이상의 치열한 인수전은 예상 밖이었다”며 “처음 인수전을 시작할 때 생각했던 가치를 넘어선 상황에서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면서까지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에 중요성이 더 커질 플랫폼에 관해서 카카오와 협의를 통해 합의를 끌어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한다”고 했다.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와의 계약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방 의장은 “(이 전 총괄과의 계약이) 전부 다 무조건적 이행이 전제는 아닌 거로 알고 있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약정에서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이브가 이 전 총괄과 체결한 계약에 나무 심기 캠페인 등 ESG 사업에 총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조항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하이브의 SM 인수 중단 결정에 대한 이 전 총괄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서는 “소상히 설명드렸고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시진 않았다.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 정도의 말씀만 하셨다”고 전했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에게서 사들인 SM 지분 처분 여부에 대해 방 의장은 “담당 직원들을 다 휴가 보냈다”며 “오늘내일 중으로 직원들이 복귀하면 논의를 통해 가장 합리적이고 도리에 맞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방 의장은 “5년 후가 됐건 10년 후가 됐건 ‘방시혁 다음’을 준비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BTS와 같은 글로벌 수퍼스타의 반복적인 탄생을 뒷받침해줄 인프라가 산업 전반에서 보다 탄탄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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