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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촛불’ 북 지령 받은 자통…지자체선 4억 보조금 타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창원 간첩단’ 사건과 관련된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억원대의 보조금을 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자통이 지령을 이행하지 못한다고 타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자통에 “제2의 촛불항쟁 등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 투쟁을 전개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15일 자통 총책 황모(60)씨 등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과 범죄단체 활동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이 내사에 착수한 지 7년 만이다. 황씨와 정모(44), 성모(58), 김모(55)씨 등은 2013년 이후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자통을 결성하고, 2016년부터는 북한 대남공작사업을 총괄하는 문화교류국 공작원으로부터 공작금 7000달러와 지령을 받아 국내정세를 수집·보고하고,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이날 공개한 북한 지령문은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20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양한 내용 중 간첩 통신으로 불리는 스테가노그래피 해독과 감청, 현장 채증 등을 통해 엄격하게 증거로 입증된 부분만 공소사실에 넣었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정치·사회·문화 등 전반에 걸쳐 다양한 지령을 내리는데, 자통이 이를 이행하지 못한다고 타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방첩 당국은자통이 장악한 경남지역 5개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통일 관련 교육과 행사 개최 명목으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자체들로부터 남북교류사업 보조금 명목으로 약 4억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자통이 보조금으로 조직원 인건비를 충당했다고 의심한다.

검찰이 공개한 북한 지령문은 반정부 투쟁과 반미·반일 운동 조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이뤄진 한미정상회담 한 달 뒤 북한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계기로 ‘제2의 촛불국민대항쟁’ 등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2021년 5월에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 “남한과 일본의 대립과 갈등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는 투쟁을 조직·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통 수사는 2016년 3월 국정원이 황씨와 북한 공작원의 캄보디아 접선을 채증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지령문의 구체적인 실행 여부, 다른 간첩 사건과의 연관성 등에 대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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