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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원점 재검토 가능하겠나”…주 최대 69시간서 줄일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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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고용노동부가 주 최대 69시간까지 가능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한 본격적인 재검토에 나섰다. MZ세대 근로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보완을 지시하면서다. 정부는 ‘근로시간 유연화’라는 큰 틀은 유지하는 방향에서 세부 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15일 브리핑을 통해 “노동시장 정책 핵심은 MZ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의 권익 보호”라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히 청취한 뒤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국무회의를 끝마친 뒤 한덕수 국무총리는 현장에 있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 장·차관을 질책하며 “지난해 8월 5세 초등입학 논란 때도 SNS 여론을 보고 내가 직접 박순애 (당시) 부총리에게 지시하지 않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노동시간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뮤니티를 달구는데 며칠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SNS 여론을 바로 파악하고 즉각 대처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현행 주 52시간제의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주 단위에서 노사 합의를 전제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일할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 길게 쉬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특정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에선 장시간 근로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보완 방향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우선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 확대’라는 틀은 유지하되, 행정감독 장치를 강화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당초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제안한대로 ‘11시간 연속휴식제’ 의무화도 거론된다.

노동계에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평소 다 쓰지도 못하는 유급휴가 사용을 늘릴 수 있는 방안 등을 강구해 근로시간 총량을 단축한 이후에 유연화를 추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식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 최대 69시간’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가능성은 다 열어놓고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개편안 폐기나 원점 재검토에 대해선 “그게 가능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작년 한국 근로자 주 41시간 근무=지난해 근로자는 주 평균 41시간가량 일하고, 법적으로 주어진 연차 휴가는 5일 덜 썼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9월 20일~10월 7일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2만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했다.

일하는 시간을 따져봤더니 주 평균 40.81시간으로 나타났다. 30대(42.32시간)와 40대(41.59시간)가 가장 길었고, 50대(40.64시간), 20대(38.23시간) 순이었다. 휴가도 모두 쓰지 못했다. 2021년 1~12월 한 해 동안 이동 없이 현재의 직장을 다녔던 임금근로자에 물었더니 부여받은 휴가 일수 평균은 17.03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사용한 휴가 일수는 평균 11.63일로 약 5일 이상 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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