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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온두라스, 中과 수교 추진…미·중, 중남미 외교전 다시 격화

중앙일보

입력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친중 성향의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이 15일 중국과 공식 관계 수립을 지시하면서 대만과 단교 수순에 들어갔다. 대만과 단교가 현실화될 경우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집권 후 단교국이 10개국으로 늘어나면서 대만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할 전망이다.중국과 중남미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 역시 외교적 타격을 입게 됐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미 에두아르도 레이나 외교 장관에게 중국과 공식 외교 관계 수립을 처리하도록 지시했다”며 “세계 각국과 협력해 자유롭게 국경을 확장한다는 정부 계획을 실현하려는 내 의지의 표시”라고 밝혔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단교를 수교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온두라스가 중국과 수교를 위해서는 먼저 대만과 외교관계를 폐기해야 한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2월 베이징과 수교를 공약하며 당선됐다.

중국은 즉각 환영을 표했다. 왕원빈(王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온두라스의 표명을 환영한다”며 “세계 181개 국가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기초해 중국과 수교한 사실은 중국과의 수교가 역사의 발전이라는 대세와 시대 진보의 조류를 따르는 정확한 선택임을 충분히 증명한다”고 말했다.

오는 3월 말 차이잉원 총통의 중남미 순방을 준비하던 대만은 강하게 반발했다. 대만 외교부는 즉각 온두라스 대사를 초치해 “엄중한 우려”를 전달하고 “중국의 올가미에 걸려들지 않도록 신중히 고려할 것”을 호소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보도했다.

대만과 온두라스는 1941년 수교해 이미 82년간 외교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은 지난 1월 브라질 대통령의 취임식을 활용해 셰펑(謝鋒) 외교부 부부장이 레이나 외교장관과 양자 회담을 가지면서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온두라스와 단교가 이뤄지면 대만의 수교국은 13개 국가로 줄어든다. 지난 2017년 이후 6년 동안 중남미에서만 파나마·도미니카·엘살바도르·니카라과에 이어 벌써 5번째다. 다음 달 선거를 치르는 남미의 유일한 대만 수교국인 파라과이도 중국과 수교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온두라스의 최대 교역국인 미국은 이곳에 공군기지를 운영하며 남미 마약 카르텔에 맞서고 있다. 중국은 온두라스에 대규모 수력 발전 댐 건설을 지원하는 등 경제·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미국 국무부는 아직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차이잉원-매카시 회담, 총통 선거까지 다면 포석 

대만은 온두라스의 변심을 차이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캘리포니아 회동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중국의 흔들기라고 분석했다. 이날 대만 입법원에 출석한 천진광(陳進廣) 대만 국가안전국 부국장은 이 같은 의원 지적에 “중국이 대만 수교국에 대한 포섭을 멈춘 적은 없다”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 최근 남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가 대만과 수교를 추진하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황쿠이보(黃奎博) 대만 정치대 교수가 밝혔다.

연말 치러질 대만의 총통 선거까지 고려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자오이샹(趙怡翔) 민진당 타이베이 시의원은 페이스북에 “중국은 대만의 중대 선거에 앞서 정치·경제·군사적 압력을 가해왔고 이는 피하기 어렵다”며 “중국의 목적은 대만 유권자가 중국에 비교적 유리한 집권당을 선출하도록 협박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3기 미국 겨냥 전방위 외교 공세 강화

한편 중국은 지난 10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계기로 미국을 겨냥해 각 지역 외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의 3연임 당일 중국은 베이징에서 중동의 앙숙이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관계 복원을 담은 3국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다음 주 시 주석은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화상으로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중재자 외교로 미국의 중국 포위망을 뚫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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