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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손자 "검은 돈 냄새" 폭로에도…법에 막힌 900억 추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신을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라고 소개한 전우원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씨 일가의 비자금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에도 다시 이목이 쏠린다. 전씨가 “마약, 성범죄, 사기범들 명단을 공개한다”고 말한 만큼, 구체적인 추가 폭로가 이어질지와 전씨 주장의 신빙성 여부도 관심사다.

전씨, “삼촌 美와이너리 운영…검은돈 냄새”

자신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 아들이라고 소개한 전우원씨(오른쪽)는 13~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씨 일가 전체에 대해 비판했다. 전씨는 자신이 전 전 대통령의 가족임을 밝히기 위해 SNS에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유년시절 사진(왼쪽)도 공유했다. 전우원씨 인스타그램 캡처.

자신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 아들이라고 소개한 전우원씨(오른쪽)는 13~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씨 일가 전체에 대해 비판했다. 전씨는 자신이 전 전 대통령의 가족임을 밝히기 위해 SNS에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유년시절 사진(왼쪽)도 공유했다. 전우원씨 인스타그램 캡처.

 1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의 아들인 전우원씨는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자신의 영상과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등 게시물을 잇달아 올리면서 비자금의 존재에 대해 언급했다. 전씨는 자신의 부친에 대해 “미국 시민권자가 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며 “법 감시망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현재 한국에서 전도사라는 사기행각을 벌이며 지내고 있다. 이 자가 미국에 와서 어디에라도 숨겨진 비자금을 사용해 겉으로는 선한 척 하고 뒤에 가서는 악마의 짓을 못 하도록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했다.

 자신의 작은 아버지이자 전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전재만 씨에 대해선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며 “와이너리는 정말 천문학적 돈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사업 분야다. 검은돈의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제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출처 모를 검은돈을 사용해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하는 등 비자금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檢, 1300억 환수했지만…추가 징수는 ‘난관’

지난 2019년 촬영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연희동 집의 경우 당초 본채는 부인 이순자씨가, 정원은 전씨의 전 비서관 이택수씨가, 별채는 며느리 이씨가 각각 나눠서 소유하고 있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촬영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연희동 집의 경우 당초 본채는 부인 이순자씨가, 정원은 전씨의 전 비서관 이택수씨가, 별채는 며느리 이씨가 각각 나눠서 소유하고 있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전씨가 구체적인 비자금의 정체나 형성 경위 등에 대해 인지하고 폭로를 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전씨의 폭로만 가지고 범죄 혐의점이 있다든지 수사에 착수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전씨의 발언을 근거로 시민단체 등이 고발을 할 경우엔 어느 정도 증빙자료가 첨부되어있는지 등 사안의 구체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1997년 대법원이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과 총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한 때부터 현재까지 총 1282억2000만원(58.1%)의 재산을 몰수했다. 아직 약 900억원의 추징금이 남았지만, 2021년 11월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엔 추징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전씨의 셋째 며느리 이윤혜씨가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 별채 압류처분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압류가 적법하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지만, 실제 이를 매각해 국고로 환수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 씨가 강제경매 절차에서 별채를 낙찰 받으며 전씨의 비자금을 사용해 대금을 치렀으므로 2013년 신설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반한다고 보고 검찰의 압류가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몰수나 추징을 포함한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은 재판을 받은 자(전 전 대통령)에 대해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판의 집행을 할 수 없고, 검사는 집행불능 결정을 해야 한다. 전씨가 사망한 이후 원고를 상대로 전씨에 대한 판결에 따른 추징 집행을 계속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재산 외에 가액도 추징해야 ” 법안은 계류

지난해 11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연합뉴스.

 2020년 6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 상속재산 외에 그 ‘가액’도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세와 지방세 등은 체납자가 사망하더라도 집행할 수 있지만, 추징금은 그런 규정이 없다”며 “재산 형성 과정 등에서 별도의 범죄 혐의가 포착되지 않는 한 추징 절차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임세진)는 2018년 전씨 일가가 부동산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이전한 경기도 오산시의 임야 공매대금 75억6000만원 중 20억5200여만원을 환수했다. 이 임야의 경우 전 전 대통령 사망 이전에 공매가 이뤄져 일부 추징이 가능했지만, 나머지 55억에 대해선 신탁사가 공매대금 배분처분 취소소송을 낸 상태다. 오는 4월 1심 판결에 따라 추징 가능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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