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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가 초진” 물꼬 트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반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22년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중앙포토

2022년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중앙포토

정부가 제도화를 추진 중인 비대면 진료의 최대 쟁점은 환자 허용 범위다. 정부와 의료계는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 원격으로 진료받을 수 있는 대상을 ‘재진 환자’로 정했는데, 비대면 진료 앱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이를 초진(첫 진료) 환자로 넓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원격의료산업업계 “초진 환자까지” 반발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스위치22에서 열린 보편적 의료체계 촉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성명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스위치22에서 열린 보편적 의료체계 촉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성명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도화한다고 했으니 하는 줄 아는데 이건 하지 말라는 거죠.”

1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서 기자 간담회를 연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 공동회장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2일 발표한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에 대해 이 같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해당 방안에는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원산협 측은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규제를 푸는 게 아니라 역 규제”라는 입장이다.

원산협에 따르면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비대면 진료를 처음 받는 이용자 99%는 가벼운 증상을 가진 초진 환자라고 한다. “비대면 진료는 병원 대기가 길까 봐 중간에 못 가는 직장인, 아이가 아픈데 회사가 걸리는 워킹맘, ‘소아과 대란’으로 야간 진료 찾는 부모처럼 일상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을 위한 것”(장지호 닥터나우 이사)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재진 환자만 대상이 된다면 기존 이용자 90%는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며 “이용자(환자) 편의성이나 보편적 의료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산협 측은 이런 주장을 담은 성명문을 국회 여야 대표단과 복지부 등에 전달할 계획을 밝혔다.

정부·의료계 “부작용 우려”…재진 환자 원칙

비대면 진료는 현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코로나19 사태에서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년간 효과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며 오는 6월까지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다. 복지부는 지난 2월 9일 열린 의료현안협의체 2차 회의에서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보조적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합의했다.

비대면 진료 앱인 닥터나우 이미지. 사진 닥터나우

비대면 진료 앱인 닥터나우 이미지. 사진 닥터나우

의료계는 초진 환자를 허용하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한의원협회는 이날 낸 성명에서 “코로나19라는 팬데믹에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했지만, 지금은 더는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초진부터 하겠다는 것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 관계자는 “진료에 대한 책임은 전부 의사가 지는데 초진 환자를 허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대면 특성상 오진 가능성이나 신뢰도 문제 등도 거론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정확성 문제나 여러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로그·맘카페 등 온라인에 비대면 진료 앱 후기를 검색하면 “환자 본인도 내 몸을 잘 모르니 의사 처방에 대한 의문이 든다” “진료할 때 의사가 카메라를 안 켜서 신뢰도가 낮다” 등과 같은 부정적 글이 잇따른다.

복지부는 이날 원산협 측 주장에 대해 “일상적인 상황에 알맞은 비대면 진료의 방향과 원칙을 새롭게 수립하고 국민 건강 증진과 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해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다만 그간 밝혀온 ‘재진 환자’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겠다는 원칙은 견지하겠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 법안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와 이용자, 플랫폼 업계 등 각계 다각적인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합리적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3건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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