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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시장 식어가는데 고용률↑…인구 감소가 부른 ‘착시’

중앙일보

입력

일자리 시장이 식어간다는 신호가 뚜렷한데도 고용률 지표는 호황이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 2월 15~64세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6%포인트 오른 68%를 기록했다. 1999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2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다. 범위를 더 넓힌 15세 이상 고용률도 61.1%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역시 동월 기준 최고치다.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에 구인구직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에 구인구직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고용률은 전체 인구 중 일하고 있는 사람(취업자) 비율이 얼마인지 나타내는 지표다. 취업자 수 증감, 실업률과 더불어 고용시장 경기가 어떤지 보여주는 주요 통계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줄었지만, 고용률 수치는 24개월 연속 전년 대비 오름세다. 고물가ㆍ고금리 여파로 냉기가 돌기 시작한 일자리 현장 분위기와 달리 여전히 활황이다.

고용률이 여타 일자리 지표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건 저출생ㆍ고령화 여파다.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는 생산연령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착시 효과가 나타났다.  15세에서 64세 사이 인구를 뜻하는 생산연령인구는 2월 3606만8000명으로 1년 전과 견줘 28만2000명 줄었다.

고용률을 따질 때 ‘분모’ 역할을 하는 생산인구 자체 가파르게 줄고 있다 보니 취업자 수 증가 둔화에도 고용률 수치는 오히려 개선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생산인구로 새로 유입돼야 할 청년층 숫자 자체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면서 불거진 현상이다.

과거 꾸준히 증가했던 생산인구는 2018년 이후 감소세로 꺾였다. 2월을 기준(전년 대비)으로 2019년 -1만8000명, 2020년 -8만7000명, 2021년 -14만8000명, 2022년 -22만1000명으로 생산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는 해마다 빨라지고 있다. 15세 이상으로 인구 범위를 넓혀도 추세는 비슷하다.

서울 시내의 한 산부인과 앞을 시민이 유모차에 유아를 태우고 지나는 지나는 모습.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산부인과 앞을 시민이 유모차에 유아를 태우고 지나는 지나는 모습. 뉴스1

일자리가 예전만큼 늘지 않더라도 인구 감소 덕에 고용률 지표는 호조세를 보이는 현상은 앞으로 더 뚜렷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역시 이날 펴낸 ‘고용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고용률과 실업률은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전년과 유사한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구 감소 효과 때문이긴 하지만 전체 인구에서 취업자 비중이 늘어나는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단순히 고용률 지표만 가지고 일자리 경기를 판단하기보다는 고령층 등 연령대별 취업 인구, 여성 고용률 추이 등 지표를 세부화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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