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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껴안고 키스"…성추행 당한 배우 출신 일본 女정치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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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바야시 리사 후보가 거리에서 선거운동을 하고있다. 사진 SNS 캡처

와카바야시 리사 후보가 거리에서 선거운동을 하고있다. 사진 SNS 캡처

일본에서 거리 연설을 하던 배우 출신의 여성 선거 입후보 예정자가 한 남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 일본에선 여성 정치인에 대한 성적 괴롭힘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15일 요미우리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경시청은 다음 달 열리는 통일지방선거 출마 예정인 30대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A씨는 지난 13일 오후 6시쯤 세타가야구에서 거리 연설을 하고 있던 후보자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며 접근해 껴안으며 입을 맞추는 등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현장에 있던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A씨가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며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피해자인 와카바야시리사가 사건 다음 날인 14일 자신이 성추행 당한 사실을 SNS에 공개하며 알려졌다. 그는 “어제(13일) 거리 연설 도중 강제 추행을 당했다”며 “모르는 남성이 사진을 찍자며 다가와 갑자기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만 굴복하지 않고 목표를 위해 전진하겠다”고 적었다.

와카바야시는 대학 졸업 후 호시나 리사키라는 이름으로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다 올해 1월 정치인 변신을 선언했다. 와카바야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익 정당인 일본유신회 후보로 도쿄도 세타가야구 의원직에 도전할 예정이었다.

성범죄에 취약한 日 여성 정치인들…상담센터 개설

이노세 나오키 전 도쿄도 지사(왼쪽)가 지난해 6월 거리 연설 중 여성 정치인 에비사와 유키의 신체를 건드리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노세 나오키 전 도쿄도 지사(왼쪽)가 지난해 6월 거리 연설 중 여성 정치인 에비사와 유키의 신체를 건드리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일본에서 여성 정치인들에 대한 성적 괴롭힘 문제가 심각해지자 전문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지난달 21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오는 4월 통일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학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이 ‘여성의원 괴롭힘 상담센터’를 개설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 여성 의원과 후보자를 대상으로 무료로 온라인 상담을 한다”고 밝혔다.

공동대표는 여성 의원을 서포트하는 단체 ‘스탠바이 위먼’의 하마다 마사토가 맡았다. 그는 “여성 정치인들로부터 피해 사례 등을 들으면서 전용 상담창구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비서 없이 혼자 다니는 지방 여성의원들이 특히 성적 괴롭힘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2018년 남성 유권자들로부터 받았던 성희롱을 폭로했던 도쿄도 마치다시의히가시도모미(38) 의원이 참석해 “남성 유권자와 악수할 때 손을 쓰다듬거나 팔에서 시작해 겨드랑이까지 손을 타고 올라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술 취한 사람에게 강제로 안겼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히가시 의원은 “의원들은 유권자를 무시할 수 없다는 심리를 악용해 일부 남성들이 여성 의원들을 향해 신체적 성희롱과 언어폭력까지 구사하고 있다”며 “큰 결심을 하고 정치를 해 보려는 여성을 개인적인 욕망으로 소비하는 남성이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일본의 한 정치인이 거리 연설 도중 여성 후보의 어깨, 가슴 등을 툭툭 치는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며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상황이 공개된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이노세 나오키(猪瀬直樹) 전 도쿄도 지사는 도쿄도 무사시노시기치조지역 앞에서 열린 일본유신회 거리 연설회에서 옆에 서 있던 여성 정치인 에비사와 유키(海老沢由紀)의 어깨와 가슴, 머리카락 등을 수차례 툭툭 치고 쓰다듬는 행동을 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이노세 전 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경솔한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사과했다. 피해 당사자인 에비사와는 “이노세 전 지사와 나의 관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그에게서 정중한 (사과)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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