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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않은 '끈적한 물가' 받았다…커지는 파월의 긴축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에 부합하게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관측도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CPI 세부 수치를 보면, 물가 상승 압박이 여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미국 CPI가 지난해 2월과 비교해 6%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와 일치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금융 위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Fed가 과거와 같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릴 명분은 사라졌다.

하지만 미국 CPI 세부지표를 살펴보면 아직 안심하긴 힘들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달 CPI 상승세를 둔화시킨 것은 에너지 가격이었다. 전월 대비 0.6%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지수를 끌어 내렸다. 겨울철 난방 연료로 많이 쓰는 천연가스 가격은 전월보다 8% 급락해 2006년 10월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졌고, 연료유 가격도 같은 기간 7.9% 떨어졌다. 에너지 수요가 줄었기 때문인데, 이는 최근 이어진 온화한 날씨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경기둔화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에너지 제외 CPI는 여전히 높아

윈딕스 수퍼마켓 등 매장에도 구인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AFP=연합뉴스]

윈딕스 수퍼마켓 등 매장에도 구인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AFP=연합뉴스]

문제는 외부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다. 지난달 근원 CPI는 전년 같은 달보다 5.5% 상승하면서 지난달 상승 폭(5.6%)보다 소폭 줄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월 대비 상승 폭(0.4%→0.5%)은 오히려 확대됐다. 근원 CPI는 장기적인 추세의 물가지수를 나타내는데, 근원적인 물가 상승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이 물가 안정 여부를 판단할 때 근원 CPI를 많이 참고한다. 근원 CPI는 한 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세가 연쇄적으로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의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파월 언급한 ‘수퍼 코어 CPI’도 상승세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참고하는 수치인 ‘수퍼 코어 CPI’도 아직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근원 CPI에서 주거비를 제외한 지표다. 지난달 수퍼 코어 CPI는 전년 대비 4%,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1월 상승 폭과 동일하게 나왔다. 결국 에너지 가격 하락을 빼고 기저 물가를 보면 물가 상승 압박은 여전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연합뉴스

하지만 시장이 금융 안정을 이유로 긴축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 Fed에게는 부담이다. SVB 사태로 금리를 쉽게 못 올릴 거라는 전망이 확산하면, Fed가 궁극적으로 낮추고 싶어하는 기대 인플레이션(기업 및 가계 등의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CPI 지표만 놓고 보면 지금은 긴축을 완화할 시기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면서 “Fed가 섣부른 긴축 완화 기대감을 시장에 심어주면, 나중에 물가를 잡기 위해 오히려 더 센 정책을 써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딜레마’ 때문에 ‘신(新)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는 “Fed가 (금리 인상) 프로그램과 자신들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0.25%포인트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금리 인상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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