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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2030년까지 몰도바 '위성국' 만들 계획" 또 폭로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가 2030년까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몰도바를 위성국화 할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단 폭로가 나왔다.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벨라루스 흡수 통합 계획이 담긴 비밀 문건이 유출된 데 이은 것으로, 최근 몰도바의 불안한 정국과 맞물려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2일 몰도바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미국 백악관은 이 시위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2일 몰도바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미국 백악관은 이 시위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야후뉴스가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 등으로 구성된 국제 언론인 컨소시엄과 함께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7년 내 몰도바에서 서방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고 친러시아 정부를 세울 계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컨소시엄은 앞서 벨라루스 관련 비밀 문건을 폭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위치한 몰도바는 인구가 254만 명에 불과한 소국이자 유럽의 빈국이다. 구소련 국가였던 탓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푸틴의 다음 타깃'이란 두려움에 시달려왔다. 최근 러시아가 사보타주(파괴공작)를 통해 친서방 정권을 전복하려 한다는 첩보가 공개돼 혼란스럽던 마당에 러시아의 계획이 담긴 문서가 공개된 것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21년 푸틴 대통령 직속 대외협력국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의 핵심은 몰도바를 러시아의 '위성국(satellite)'으로 만들겠단 것이다. 분야를 정치·군사 부문, 경제 부문, 문화 부문 등 크게 세 갈래로 분류하고 시기를 단기(2022년)·중기(2025년)·장기(2030년)로 나누어 세부 목표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벨라루스 문건과 구성이 같다. 문건 작성에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대외정보국(SVR)이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푸틴의 최우선 목표는 "몰도바의 내정에 간섭하고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미국, 유럽연합(EU),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등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몰도바 의회 등에 러시아 측 인사를 심고, 궁극적으론 친러시아 정부를 수립해 사실상 러시아가 몰도바를 좌지우지하겠단 계획이다. 데이비드 크레이머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이 문서에는 몰도바를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위성국으로 취급하려는 푸틴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EU 가입을 꿈꾸는 몰도바를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경제연합에 끌어들이는 것도 푸틴의 주요 목표 중 하나다. 몰도바는 유라시아경제연합에 2017년부터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이끄는 친서방 정부는 EU 가입을 원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국제공화주의협회)에 따르면 EU 가입에 대한 지지율이 63%에 달할 정도로, 국민 여론도 서방 편입에 기울어 있다. 몰도바는 지난해 3월 EU에 긴급 가입 신청서를 제출해 현재 후보국 지위 상태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친러시아 성향의 언론과 비정부기구(NGO) 네트워크를 확대해 미디어·문화 분야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키우겠단 야심도 눈에 띈다. 야후뉴스는 "몰도바에는 비정부기구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운영돼 '친러시아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 많다"며 "특히 젊은 세대를 겨냥하고 있어 골칫거리"라고 보도했다. 이밖에 몰도바 학생들이 러시아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단 내용 등이 포함됐다.

지난 10일 미국 백악관은 최근 몰도바에서 친서방 정부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것을 두고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당시 "러시아가 몰도바를 불안정하게 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러시아 정부는 이곳에 친러시아 정부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문건이 백악관의 발표를 뒷받침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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