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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도둑”...국힘 시의원과 민주 국회의원, 하남선 증차 놓고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14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게시한 현수막. 문희철 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14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게시한 현수막. 문희철 기자

스스로 ‘강동댁’ ‘강동의 딸’로 부르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56·강동갑)과 김혜지 국민의힘 서울시의원(35·강동1)이 지하철5호선 증차를 놓고 서로 “내가 한 일”라며 대립하고 있다. 강동구 명일동 같은 교회에 다니는 두 의원은 ‘업적 도둑’이나 ‘숟가락 얹기’ 등 거친 표현을 쓰며 비난하고 있다.

이번 일은 김혜지 의원이 지난 13일 지하철 5호선(하남선) 증차 소식을 알리면서 시작됐다. 지하철5호선은 오는 4월부터 출근시간대 상일동→방화행 2회, 퇴근시간대 방화→마천행 1회, 방화→하남검단산행 1회씩 증차될 예정이다.

김혜지 서울시의회 의원실 측에서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진행했던 5호선 하남검단산행 혼잡도 설문조사. [사진 김혜지 의원실]

김혜지 서울시의회 의원실 측에서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진행했던 5호선 하남검단산행 혼잡도 설문조사. [사진 김혜지 의원실]

김혜지 “진선미, 현수막으로 정치 선동”

서울 강동구 고덕동 주택 밀집 지역에 14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걸어둔 현수막. 문희철 기자

서울 강동구 고덕동 주택 밀집 지역에 14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걸어둔 현수막. 문희철 기자

이와관련, 김혜지 의원은 “지하철5호선 혼잡도가 극심해 서울시·서울교통공사에 5호선 증차를 강력히 요구,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수송 인원 데이터에 따르면 5호선 일평균 승객 수는 2020년 70만8360명에서 2022년 84만3897명으로 늘었다. 하남검단산행 최대혼잡도가 182.5%에 달한다. 지하철 혼잡도는 전동차 1칸에 160명이 타면 100%로 본다.

이에 진선미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본인 소셜미디어 계정에 5호선 증편 소식을 일제히 알렸다. 그는 “열차 증편으로 강동주민 불편을 해소할 수 있어 기쁘다”며 “강동댁 진선미, 강동 주민을 위해 열심히 달리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315회 정례회에서 문혁 당시 서울시 도시철도과장에게 질의하는 김혜지 서울시의원. [사진 서울시의회 캡쳐]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315회 정례회에서 문혁 당시 서울시 도시철도과장에게 질의하는 김혜지 서울시의원. [사진 서울시의회 캡쳐]

진선미 의원은 이날 강동구 거리 곳곳에 이를 알리는 현수막도 걸었다. ‘지하철 5호선 강동구간 열차 운행 횟수가 늘어난다’는 글을 본인 얼굴·이름과 함께 게시했다. 서영교·김남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발의한 옥외광고물관리법(8조)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통과하면서, 국회의원은 자치단체 허가·신고 없이 15일간 정당 명의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시의원은 걸 수 없다. 옥외광고물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의원·당협협의회장만 걸 수 있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지방의원 등이 설치한 현수막은 정당 현수막으로 볼 수 없다. 김혜지 의원은 “제가 현수막을 걸면 ‘개인 현수막’으로 분류돼 철거 대상이 된다”라며 “‘업적 도둑’ 진선미 의원이 현수막으로 정치 선동을 하는데, 저는 현수막도 못 걸었다”고 말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인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게시물. [사진 소셜미디어 캡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인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게시물. [사진 소셜미디어 캡쳐]

진선미 “2020년부터 꾸준히 요구한 사안”

이와 관련, 진선미 의원실 측은 “5호선 증차는 상일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입주했던 2020년 이후 꾸준히 요구했던 사안”이라며 “김혜지 의원이 오버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2021년(7월·12월), 지난해(7월), 올해(1월·3월) 강동 주민 증차 요구를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에게 전달했던 사안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혜지 의원은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315회 정례회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5호선 혼잡도 관련 보고받은 게 없다’고 했다”며 “이는 강동 정치인들이 무관심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5호선 증차를 결정한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이태원에서 인파 밀집으로 참사가 발생한 이후, 서울시 도시철도과가 ‘서울 지하철 혼잡도 특별관리 대책’을 시작하면서 지하철 혼잡도 완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며 “2~3개월가량 5호선 혼잡도를 조사한 결과 증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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