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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주4일 한다는데, 한국은 거꾸로"…외신도 놀란 주69시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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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주 69시간 근무제' 소식을 14일(현지시간) 호주 ABC 등 외신들이 주목했다. 사진 호주 ABC 홈페이지 캡처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주 69시간 근무제' 소식을 14일(현지시간) 호주 ABC 등 외신들이 주목했다. 사진 호주 ABC 홈페이지 캡처

"한국엔 'kwarosa(과로사)'란 단어가 있다."(호주 ABC)
"한국은 세계적 추세와 거꾸로 간다."(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주 69시간 근무제'에 대해 주요 외신들이 14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매체들은 "한국인들은 이미 세계 다른 국가보다 훨씬 오래 일하고 있다"면서, 근로시간 개편안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근로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국내 상황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호주 ABC는 "한국 정부는 노동자들이 일주일에 69시간 일할 수 있게 하는 근로제도 개편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근로시간 개편안은 한국에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많은 한국 여성들이 일과 육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고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주69시간제 도입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일 고용노동부는 근로자들이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를 변경해, 바쁠 땐 최대 69시간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1주 단위'의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또는 연 단위'로 확대해 탄력적 근무를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OECD 평균 근무시간. 한국은 1년 평균 1915시간을 일해 평균치(1716시간)를 크게 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캡처

OECD 평균 근무시간. 한국은 1년 평균 1915시간을 일해 평균치(1716시간)를 크게 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캡처

여러 외신은 "한국인은 이미 어떤 나라보다 더 긴 시간을 노동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호주 ABC는 "한국엔 장시간 근로 문화로 인해 'Kwarosa(과로사)'라는 단어가 있다"면서 "이는 극심한 노동에 따른 심장 마비나 뇌졸중 등으로 돌연사하는 것을 일컫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그에 반해 호주의 근로시간은 주 최대 38시간으로, 상대적으로 근로 시간이 짧다고 언급했다. 코니 정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대학 부교수는 "서구 사회는 더 개인주의적이고 비(非)계층적인 경향이나, 아시아 국가는 집단주의적이고 위계적이라 노동 시간이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한국행정연구원의 '한국과 주요 선진국의 노동시간 규제 현황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전체 취업자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915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16시간보다 199시간 길었다. 독일(1349)은 물론, 일본(1607시간)보다도 훨씬 많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제안, 1주일 근로시간을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라는 제목의 기사로 근로시간 개편안을 조명했다. 사진 라 레푸블리카가 홈페이지 캡처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제안, 1주일 근로시간을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라는 제목의 기사로 근로시간 개편안을 조명했다. 사진 라 레푸블리카가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주 69시간제' 논의가 노동 시간을 줄이려는 세계적 추세와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탈리아 매체 라 레푸블리카는 "세계 다른 국가들이 주4일 근무를 논의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여당이 국회의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수적인 윤석열 정권은 이번 개정안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면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이 실업률을 높일 거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통령실이 '주 69시간제'에 대한 보완 검토를 지시했단 내용을 비중있게 다루며 "이는 친기업 정책을 지지해온 윤 대통령에겐 정책 후퇴로 비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검토 지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과반 의석 확보를 원하는 집권 여당이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움직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주 69시간제 개편안은) 이미 '일중독(workaholism)'이라고 알려진 한국에서 워라밸을 더 망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야당과 노동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의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과 높은 자살률을 언급하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주당 55시간 이상 근무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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