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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계 "정부 배상안, 헌법정신 정면으로 위배" 철회 촉구

중앙일보

입력

지난 11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강제동원 정부 해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서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강제동원 정부 해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서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사 관련 단체와 학회는 15일 정부가 내놓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역사연구회, 역사학회 등 49개 단체는 이날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에 반대하는 역사 관련 단체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사죄 없는 배상안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윤석열 정부의 배상안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다"며 "헌법 전문에 명시됐듯이 대한민국은 3·1 운동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고, 1919년 독립선언서에서 일본의 식민지배가 '낡은 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 강권주의'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러한 3·1 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고 지난 70여년간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규명하며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며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도 같은 정신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단체는 "그런데 이번 정부의 배상안에 의하면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은 침략과 강권의 식민지배를 반성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는 3·1 운동과 헌법의 정신, 우리나라의 근간을 흔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 역사학자들은 이웃 국가와 협력해야 한다는 대의를 환영하며, 과거사가 현재와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과거의 잘못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지 않고서 어떻게 평화롭고 인권을 존중하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사과와 배상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없이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돈을 지급하려는 방안은 아무런 반성 없는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과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역사 관련 학회와 단체들은 이번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피해 당사자 한 분이 '사죄 없이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하신 말씀에 적극 공감한다"고 했다.

이어 "독립선언서에서 언급했듯이 후대에 '괴롭고 부끄러운' 현실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사죄 없는 배상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판단을 사실상 무력화한 행정부의 결정이 삼권분립을 위반함으로써 민주주의 정신을 퇴색시키고 있는 현실에 심각한 우려를 현 정부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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