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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순찰한다"더니 화물 날랐다…2명 숨진 추락 헬기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오전 7시46분쯤 강원 영월군 북면 공기리에서 민간 헬기 1대가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했다. 탑승자 2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15일 오전 7시46분쯤 강원 영월군 북면 공기리에서 민간 헬기 1대가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했다. 탑승자 2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임무 변경됐는데 추가 보고 없어

강원 영월군에서 화물을 운반하던 중 추락한 민간 헬기 비행계획서에 적힌 비행 목적은 ‘순찰 관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서울지방항공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46분쯤 영월군 북면 공기리에서 추락한 AS350B2 기종 민간 헬기는 사고 50분 전인 6시56분쯤 김포항공관리사무소 관제통신과 김포항공정보실에 비행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계획서엔 순찰 관리를 목적으로 오전 8시에 이륙하겠다고 적혀 있다. 홍천에서 이륙해 홍천과 춘천·인제·화천을 오후 6시까지 순찰 관리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후 임무가 변경되고 헬기는 7시30분에 이륙했지만, 김포항공정보실에 추가로 보고된 내용은 없었다.

이후 송전탑 추락 방지시설 설치를 위한 자재를 운반하던 민간 헬기는 영월군 북면 공기리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했다. 사고 시간과 장소는 비행계획서 적혀있는 내용과 달랐다. 이 사고로 기장 A씨(65)와 송전탑 공사 업체 관계자 B씨(51)가 목숨을 잃었다.

15일 오전 7시46분쯤 강원 영월군 북면 공기리에서 민간 헬기 1대가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해 탑승자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고 현장 송전탑 전선 모습.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15일 오전 7시46분쯤 강원 영월군 북면 공기리에서 민간 헬기 1대가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해 탑승자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고 현장 송전탑 전선 모습.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15일 오전 7시46분쯤 강원 영월군 북면 공기리에서 민간 헬기 1대가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해 탑승자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15일 오전 7시46분쯤 강원 영월군 북면 공기리에서 민간 헬기 1대가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해 탑승자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500㎏ 자재 운반 중 추락  

김포항공정보실 관계자는 “8시에 이륙한다던 헬기가 7시30분에 뜨고, 임무도 화물 운반으로 변경된 사실을 사고 이후에 알게 됐다”며 “비행계획서는 전국에 있는 항공정보실 중 한 곳에 제출하면 된다. 임무 변경도 특별한 절차 없이 보고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183조에 따르면 비행계획서에는 항공기 식별부호와 비행 방식·종류, 출발비행장과 출발 예정시간, 예정항공로, 최초 착륙예정 비행장, 총 예상 소요 비행시간, 그 밖에 항공교통관제와 수색·구조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사항 등을 적어야 한다.

서울지방항공청 항공안전과 관계자는 “비행 목적은 필수 사항은 아니지만, 비행계획서에 참고 사항으로 넣어줘야 하는 항목”이라며 “출발비행장과 출발 예정시간, 예정항공로 등은 시행 규칙상 비행계획서를 쓰게 돼 있다. 이를 위반한 조종사는 자격 효력 정지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고 관련) 위반이 적용되는지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5일 오전 7시46분쯤 강원 영월군 북면 공기리에서 민간 헬기 1대가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해 탑승자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하고 현장에서 발견된 송전탑 공사 자재.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15일 오전 7시46분쯤 강원 영월군 북면 공기리에서 민간 헬기 1대가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해 탑승자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하고 현장에서 발견된 송전탑 공사 자재.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송전선로 치고 떨어진 듯

현재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헬기 추락 지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헬기가 송전탑 추락 방지시설 설치를 위한 자재를 운반하던 중 송전선로에 걸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사고 현장 인근 송전선로 일부가 훼손된 상황이다. 또 추락한 헬기가 운반 중이던 자재가 담긴 포대가 발견되기도 했다.

사고 헬기 업체 관계자는 “사고 헬기는 홍천에 있는 산불대기장소에서 이륙해 한국전력 송전탑에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공사 자재를 운반하던 중 사고가 났다”며 “500㎏ 정도 무게인 자재를 헬기에 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 등은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헬기가 송전선로에 걸렸을 가능성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15일 오전 7시46분쯤 강원 영월군 북면 공기리에서 민간 헬기 1대가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해 탑승자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15일 오전 7시46분쯤 강원 영월군 북면 공기리에서 민간 헬기 1대가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해 탑승자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국토부 사고조사위 현장에 '급파'

경찰 관계자는 “송전탑에 헬기가 부딪치면서 ‘쾅’ 소리가 났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인해보니 송전탑은 이상이 없고 인근 송전선로에서 충돌 흔적이 발견됐다”며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사고가 난 민간 헬기는 산불 진화용으로 강원도에 임차됐다가 최근 업체가 헬기를 회수해 송전탑 공사에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헬기는 송전탑 공사에 투입되기 전 춘천과 홍천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 진화 등 용도로 계약됐다. 담수 용량 910L급 소형 헬기로 1995년 제작돼 기령(비행기 사용 연수)은 28년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난 9일 헬기 업체 측에서 사고 헬기 대신 5000L급 대형 헬기를 대체 투입 후 사고 헬기를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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