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제재에 외려 절치부심"...中 첨단분야 투자 10년간 53%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정부가 각종 제재로 중국의 첨단기술 산업의 성장을 막고 있지만, 이로 인해 중국에선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가 로봇 기업 클라우드마인즈가 협력해 내놓은 로봇. AFP=연합뉴스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가 로봇 기업 클라우드마인즈가 협력해 내놓은 로봇. AFP=연합뉴스

14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산시성 시안 소재 창안대학교 과학정책연구팀이 '미국 제재가 중국 첨단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리우란젠 교수가 이끄는 이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제재가 중국 하이테크 기업 1000여 곳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기간 중국 기업들의 특허 출원 건수는 평균 57.6% 증가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지난해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7만 건 넘는 국제특허(PCT)를 출원해 4년 연속 세계 1위에 오른 바 있다.

또 첨단기술 기업의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자금 지원도 약 53% 증가했다. 연구진은 "외부 환경이 열악할 경우 자본 집약적인 산업은 자본 투자를 늘려 규제 정책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제재 압박을 견디기 위해 중국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인센티브 정책 등을 내놓고, 기업들이 자본 투자를 늘리며 자생력을 길렀단 의미다. 중국 정부는 특히 국영기업의 자금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를 조성해 두 차례에 걸쳐 약 26조원, 약 39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하는 등 반도체에 돈을 쏟아부었다.

덕분에 중국은 많은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거나 우위에 섰다는 것이 SCMP의 분석이다. 이 매체는 최근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은 인공지능(AI)·에너지·생명공학·국방 등 주요 기술 부문 44개 중 37개 분야에서 미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설치된 화웨이 부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설치된 화웨이 부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중국의 '절치부심'에는 돈이 든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 때문에 부품 수급과 기술 이전 등이 어려워져, 혁신에 드는 비용이 약 40%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정부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된 화웨이를 비롯한 전자·컴퓨터·통신 분야는 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신소재 등 일부 산업에 미국 제재가 끼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중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후발주자이며 일부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취약한 점이 있다"며 "혁신에 점점 더 많은 돈이 든단 점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SCMP는 "미국 제재로 인한 또 다른 문제는 서방의 최고 수준 연구자들과 중국 과학자들이 교류할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란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미국의 정책은 오히려 중국 기업이 자체 기술을 개발하도록 부추길 것"이라 분석한 사례 등을 들어 "미국 역시 장기적으론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중국의 첨단기술 산업 성장을 막기 위해 각종 제재를 휘두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중국의 첨단기술 산업 성장을 막기 위해 각종 제재를 휘두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막아라"...美 국무부, 반도체법 예산 1억 달러 요청

한편 이날 미국 국무부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제정된 반도체법(CHIPS Act) 예산으로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배정해 의회에 요청했다. 이 법에 따르면 국무부는 5년간 매년 1억 달러의 '국제기술안보혁신기금(ITSI Fund)'을 받아 반도체 공급망 안보 등을 위해 쓸 수 있다.

국무부는 특히 최첨단 반도체와 관련 기술이 유출·남용되는 일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데 예산 지출의 방점을 찍었다. 중국의 첨단 기술 확보를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수출 통제, 라이선스 정책 협력 등을 적극 시행하겠단 의미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일본과 네덜란드를 대(對) 중국 반도체 기술 통제에 끌어들인 만큼, 관련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