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인수전서 발 뺀 방시혁 "전쟁으로 본적 없어…난 만족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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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을 전쟁이라고 바라본 적은 없다. (중략) 저희가 들어가서 SM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결과에 대해 “만족스러웠다”고 자평했다. 지난 12일 하이브가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나온 첫 입장이다. 방 의장은 “인수를 승패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아티스트와 팬들의 행복을 위해 시작한 인수였고,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지 상장사로서 고민한 결과다”고 말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 K팝의 미래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 K팝의 미래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K팝 성장 둔화, 글로벌 엔터 기업 등장해야”

이날 연사로 초청된 방 의장은 기조연설과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한 준비를 강조했다. 방 의장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삼성이 있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현대가 있듯 K팝에서도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방 의장은 K팝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관세청 음반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K팝 음반 수출 성장률은 2020년부터 감소세를 보인다. 한류의 인기가 꾸준한 동남아시아에서도 음반수출 성장률이 2022년 전년도 동기 대비 –30%를 기록했다. 방 의장은 “하이브 등 국내 엔터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걸 대단하다고 평가해주지만, 현업에 있는 이들은 지금의 인기가 ‘반짝’ 지나가면 안 된다는 위기감과 사명감 속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K팝 지속 성장의 원동력으로 ‘멀티 레이블’과 ‘플랫폼’, ‘사람’을 꼽았다. 새로운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기 위한 노하우를 발굴해 조직 운영에 적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레이블 간 경쟁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또 팬들이 언제든 원할 때 콘텐트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플랫폼의 연구와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 의장은 “이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과 애정이 필요하다”며 “연봉과 근무조건을 포함한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노력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시장 과열 예상 밖…카카오와의 협상 만족”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이브가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 것에 대해 방 의장은 “시장의 과열이나 생각 이상의 치열한 인수전은 예상 밖이었다”며 “처음 인수전 시작할 때 생각했던 가치를 넘어선 상황에서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면서까지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에 중요성이 더 커질 플랫폼에 관해서 카카오와 협의를 통해 합의를 끌어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협업 내용에 대해선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와의 계약과 관련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방 의장은 “(이 전 총괄과의 계약이) 전부 다 무조건적 이행이 전제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ESG 관련 약정에서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이브가 이 전 총괄과 체결한 계약에 ‘나무심기’ 캠페인 등 ESG 사업에 총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조항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하이브의 SM 인수 중단 결정에 대한 이 전 총괄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서는 “소상히 설명드렸고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시진 않았다.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 정도의 말씀만 하셨다”고 전했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에게서 사들인 SM 지분 처분 여부에 대해 방 의장은 “담당 직원들을 다 휴가 보냈다”며 “오늘내일 중으로 직원들이 복귀하면 논의를 통해 가장 합리적이고 도리에 맞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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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 의장은 “5년 후가 됐건 10년 후가 됐건 ‘방시혁 다음’을 준비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BTS와 같은 글로벌 슈퍼스타의 반복적인 탄생을 뒷받침해줄 인프라가 산업 전반에서 보다 탄탄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훈포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일문일답 전문

이번 SM 인수전 결과가 하이브 입장에선 아쉬울 것 같다. 어떤 고심 있었나
하이브가 SM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조용하게 두 번 오퍼를 넣었고 다 거절 당했다. 내부에서도 찬반이 있었다. 찬성은 글로벌 성장 동력을 위해 K팝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반대는 그 비용을 다른 분야에 쓰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작년 중순 이후 또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그땐 SM이 지금 하이브에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수만씨한테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다. 그때 내부에서 짧게 토론했는데 과거에 인수를 반대했던 요인이 많이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이수만씨 지분을 평화롭게 인수할 수 있다고 봤다. 시장의 과열이나 생각 이상의 치열한 인수전은 예상 밖이었다. 하이브는 오랜 시간 SM에 대해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명확한 가치를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 인수비용이 그 가치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어 이걸 인수하는 게 맞는지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이게 ‘하이브스러운’ 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하이브의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면서까지 들어갈 순 없다고 생각했다. 인수비용은 외부에서 봤을 땐 숫자만 보이지만, 인수하는 입장에선 유무형의 비용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일선 직원들의 감정노동이 심각하다고 들었다. 그때 이건 하이브스럽지 않다고 생각했다. 글로벌 기업이자 혁신 기업으로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시장에선 이번 결과를 카카오의 일방적인 승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지난 주말에 가수 보아씨가 데뷔 20주년 콘서트를 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어떤 기여를 했건 이 산업의 중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건 아티스트라는 걸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사람들이 인수전을 전쟁으로 보고 말초적으로 중계하는 순간에도 아티스트는 자기 할 일을 했고, 팬들은 그들을 응원했다. 나 역시 인수전을 전쟁이라고 바라본 적이 없다. 아티스트와 팬들의 행복을 위해 시작한 인수전이었는데, 이렇게까지 그들이 아파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들었다. 이 자리를 통해 그분들에게 사과드리고 싶다. 인수를 승패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오기로 누군가를 이기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궁극적으로는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지 상장사로서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하이브가 인수전에 들어가면서 SM의 지배구조를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특히 미래에 중요성이 더 커질 플랫폼 사업과 관련해 카카오와 협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한다.  
이번 인수전이 이수만의 지배구조 때문에 발생한 일인데 하이브는 어떻게 지배구조 개선할 예정인가
우리는 자본주의 상법을 지키는 걸 신념처럼 지켜왔다. 하이브가 한국에서 가장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경영이 이뤄지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이번 인수전을 통해 느낀 게 있다면 의장인 내가 사내이사로 있는 것조차 어떤 의미에선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하는 이사일 뿐이지만, 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당장 내가 회사를 나가서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릴 순 없겠지만, 그런 고민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철학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이브스러움은 무엇을 의미하나
음악을 믿고 그 음악을 통해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런 믿음을 갖게 하려면 행동이 수반돼야 한다. 옳은 선택, 구성원이 부끄럽지 않은 선택, 투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게 하이브스러움이다.  
카카오와 플랫폼 사업 협력을 이끌어냈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웬만하면 편하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아직 말씀드릴 수 없는 단계다. 다만 빠르게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서 말씀드리겠다.
인수 과정에서 SM 지분을 보유하게 됐는데 어떻게 운용할 예정인가
지금 담당 직원들을 다 휴가 보냈다. 사실 담당 직원들은 작년 8월부터 관련 업무를 해온 상태다. 인수를 안 한다고 하니까 눈물을 흘린 직원도 있다고 들었다. 그분들이 오늘내일 다 복귀할 예정이다. 논의를 통해서 합리적이고 도리에 맞는, 가장 하이브스러운 선택을 할 것이다.
인수 결과에 대한 이수만의 반응은 어땠나. 인수 과정에서 이수만과 체결한 계약은 어떻게 되나
끝나고 소상하게 설명드렸다. 다만 특별하게 감정을 드러내시진 않았다.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 이 정도 말씀하신 게 전부다. 한참 후배 앞에서 실망스러운 기색을 드러내시진 않았을 것 같다. 또 이수만씨와 맺은 계약 조항이 전부 다 무조건적인 이행이 전제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조항마다 논의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특히 ESG 관련해선 이수만씨와 계약하기 전부터 이미 나무심기를 계획하고 있었다. 다만 그게 기후이상 때문에 계속 미뤄지는 상황에서 이수만씨가 재단이나 단체를 통해 나무심기를 돕겠다고 했다. ESG 관련해서 약정을 통해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건 전혀 없다.
최근 여러 해외 레이블을 인수했다. 글로벌 엔터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두 번째 스텝으로 무엇을 계획하고 있나
큰 축에서 달라지는 건 없다. SM이 있고 없고가 하이브가 가는 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빅히트를 창업할 때도 1년에 50억 매출도 못 올렸지만 글로벌 엔터기업을 꿈꿨다. 일단 미국에선 전통적인 음악 산업이 굉장히 중요하다. K팝이 글로벌로 커졌다고 해도 여전히 작은 시장이다. 우선 미국 메이저 시장에서 자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덩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장르별로 탑 티어 매니지먼트 회사를 연결해서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로 가자는 전략이다. 하이브는 이미 미국 컨트리음악업계 1위인 빅머신레이블,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이타카홀딩스, 힙합계에서 가장 커다란 레이블 중 하나인 QC홀딩스를 인수했다. 지금은 라틴음악 시장의 탑 티어 레이블과 미국에서 가장 핫한 레이블 두 군데를 지켜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게 하이브의 첫 번째 목표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기업 인수와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K팝은 위기인가. K팝이 국제적 인기 얻을수록 한국의 정체성 옅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지표의 둔화는 명확하다. 중국이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늘어난 것과 개인당 소비량이 늘어난 것 이외에는 명확하게 줄고 있다. 동남아 일부 국가에선 명확한 역성장이 보인다. 첫 번째 이유는 BTS의 부재다. BTS의 낙수효과가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해외에선 K팝보다 BTS의 인지도가 더 높을 정도다. 그렇다고 BTS가 내일이라도 복귀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미 둔화는 시작됐고, BTS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단 슈퍼스타가 많이 출현하는 게 가장 좋다. 그렇게 노하우는 나누고 리스크는 분산하고 규모를 키우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또 장르로서 K팝은 그냥 팝이라고 생각한다. K팝에 실체가 있다면 이걸 좋아하는 팬들의 소비 행태, 제작 시스템, 계약 구조를 통틀어서 문화로 지칭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K’라는 단어가 희석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K팝이 특정한 의미로 정의되지 않을 때까지 나아가야 한다. 정체성을 고수하는 게 지금의 둔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엔터업계 종사자의 처우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있나
하이브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혼자 잘한다고 60만명 넘는 엔터 종사자가 다같이 행복해질 순 없다. 결국 협회를 통해 구성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다른 산업 영역을 보면 회원사들에게 협회비를 받아서 구성원들의 처우를 미처 신경쓸 수 없는 작은 회사를 돕는 데 쓴다. 물론 국가가 어느 정도 하방을 지원할 순 있겠지만 산업이 스스로 파이를 나눠 갖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아이돌 연습생의 노동 착취도 문제로 지적되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표준계약 형태가 있고, 하이브는 연습생이 본인의 꿈을 좇는 거 외에 다른 거 신경쓰지 않게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모든 회사가 똑같이 해줄 순 없다. 다른 회사의 사적계약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하이브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BTS가 2025년쯤에는 완전체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군 제대 이후에도 BTS는 하이브와 함께 하나
우선 2025년 정도엔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씀드렸다. 그해를 목표 복귀 시점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군대 문제가 뜻대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갔다 오고 나면 복귀 준비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붕뜬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2025년에 복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BTS와 하이브가 합의했다. 입대 시점이 정해지면 순차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재계약 관련해선 BTS 정도 가수의 재계약은 사회적 파장이 커서 조심스럽다. 사실 계약 기간이 좀 남아 있다. 군 입대 관련 문제는 계약 기간 안에 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그 이후를 말씀드리는 건 혼자 주제 넘는 얘기를 하는 걸로 비춰질 것 같다.
대중문화 예술인 병역 특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병역에 대한 견해와 상관없이 개인의 커리어나 국가의 자산을 고려할 때 (BTS의 입대가) 손실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 이걸 애국심이 없다고 비난한다면 그건 사실을 왜곡하는 거다. 가치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것과 개인이 병역의 의무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본다. 국가가 그렇게 결정을 했고, BTS는 지난 3년 동안 부르면 가겠다고 말씀드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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