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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초등생 볼모 잡고 "우리 장비 써"…민노총 간부 구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4일 명문초등학교 임시 교사로 사용하는 부산 강서구 울림마루에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지난 14일 명문초등학교 임시 교사로 사용하는 부산 강서구 울림마루에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초등학교 건설 현장에 노조 인력과 장비를 사용하라고 강요한 혐의 등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간부가 구속됐다. 요구사항을 관철하려고 수차례 집회를 여는 등 위력을 행사하면서 해당 초등학교 공사 일정이 장기간 늦춰졌다. 새 학기를 맞아 등교할 예정이었던 1학년 학생 수백명은 매일 20분씩 통학 버스를 타고 임시 건물로 수업받으러 다닌다.

“우리 장비랑 노조원 써” 수억 뜯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강서구 명문초등학교 신축 공사현장에서 7차례에 걸쳐 집회를 열고, 민주노총 조합원과 장비를 쓰라고 압박한 혐의(특수공갈 등)로 민주노총 부산건설기계지부 부지부장 A씨(56)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부산 강서구 명문초등학교 신축건물 공사 현장. 사진 부산시교육청

부산 강서구 명문초등학교 신축건물 공사 현장. 사진 부산시교육청

A씨는 또 민주노총 간부 자격으로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 부산 사하구와 강서구, 경남 양산 등지 아파트ㆍ냉장창고 건설현장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위력을 행사하며, 공사 현장에 레미콘을 반입하지 말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이 같은 방식으로 공사 현장을 압박해 건설사들로부터 장비 사용료 등 명목으로 수억원을 뜯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영향력 확대를 위해 굴삭기 등 장비 소유자에게 민주노총 가입을 강요한 정황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른바 ‘건폭(건설현장 폭력 행위)’이나 다름없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공기 지연에 임시 교사 내몰린 1학년 200명

이 때문에 명문초등학교 공사 일정은 3개월 가까이 지연됐다. 지난해 화물연대가 두 차례나 집단운송거부를 강행한 것도 공기 지연 원인이 됐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교는 1학년 신입생 230명과 2~6학년 400여명을 받아 이달 초 문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노총 횡포에 개교 시기는 빨라야 오는 5월 가능하다고 한다.

지난 14일 명문초등학교 임시 교사로 사용되는 부산 강서구 울림마루에 통학버스가 주차돼있다. 신입생 230명은 매일 이 같은 통학버스를 타고 왕복 20분 거리를 등하교한다. 김민주 기자

지난 14일 명문초등학교 임시 교사로 사용되는 부산 강서구 울림마루에 통학버스가 주차돼있다. 신입생 230명은 매일 이 같은 통학버스를 타고 왕복 20분 거리를 등하교한다. 김민주 기자

공사가 제때 끝나지 못하자 명문초등학교 신입생들은 집에서 5㎞가량 떨어진 ‘울림마루’를 임시 교사로 쓰고 있다. 강서구 명지1동 울림마루 앞 도로변엔 날마다 20~30인승 버스 여러 대가 길게 줄을 지어 주차해 있다. 신입생을 실어나르는 버스로 오전 5대, 오후 6대가 운행된다.

“매일 20분 통학 버스, 부모들은 걱정”  

울림마루는 본래 초등학교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임시 교사 활용을 위해 시설 보강공사를 마친 현재 사용에 큰 불편은 없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다만 학부모들은 불안해했다. 하굣길에서 만난 1학년 학부모는 “신축 건물은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있다. 신입생 대부분이 이곳 아파트 단지 4곳에 살기 때문에 개학하면 안전하게 걸어서 학교에 다닐 것으로 생각했다”며 “매일 20분씩 통학 버스를 타야 하니 불안해하는 학부모가 많다. 아이도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경찰 “시민 불편 해악 뿌리 뽑아야”

경찰은 A씨 이외에도 부산본부 등 민주노총 간부 6명을 수사중이다. 지난 14일엔 특수공갈 등 혐의로 지회장급 간부 B씨 구속영장을 추가로 신청했다. 이재길 사하서 수사과장은 “계좌와 통화 명세 분석 등을 통해 다른 간부 여죄를 확인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오랜 기간 부산과 경남 건설 현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초등학교와 아파트 공기를 볼모로 잡아 시민에게 해악을 끼치는 행태를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지난 14일 의견문을 내고 “노조의 건전한 역할과 기능을 부정하고 마구잡이식으로 무리한 표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본부는 15일 오후 7시 부산 서면에서 ‘건설노조 탄압 반노동 윤석열정권 심판 결의대회’를 연다.

지난 14일 명문초등학교 임시 교사로 사용되는 부산 강서구 울림마루에서 신입생들이 하교 준비를 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지난 14일 명문초등학교 임시 교사로 사용되는 부산 강서구 울림마루에서 신입생들이 하교 준비를 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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