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커뮤니티도 안보나" 질책한 한덕수, 박순애 꺼낸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한 총리는 노동시간 개편과 관련해 국무위원들의 안일한 여론 대응을 질타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한 총리는 노동시간 개편과 관련해 국무위원들의 안일한 여론 대응을 질타했다. 연합뉴스

“5세 초등입학 논란 때도 SNS여론을 보고 내가 직접 박순애 부총리에게 지시하지 않았나.”

지난 14일 국무회의를 끝마친 뒤 한덕수 국무총리가 현장에 있던 장·차관을 질책하며 한 말이다. 한 총리는 이날 지난해 ‘박순애 사태’를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보완을 지시한 주당 최대 근로시간 개편 논란에 대한 국무위원의 안일한 여론 대응을 문제 삼았다. 작년 8월 ‘5세 초등입학’ 사태가 터졌을 당시 한 총리는 맘카페와 SNS 여론을 보고받고 박 전 부총리에게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의견을 경청하라”는 공개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5세 초등입학 논란을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이 한 총리의 취지였다”며 “국무회의 뒤에도 약 10여분간의 질타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상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상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한 총리는 특히 MZ세대가 주로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연간 전체 근로시간은 동일함에도 일부 커뮤니티에선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내용만 부각되며 들끓은 여론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국무위원들에게 “노동시간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뮤니티를 달구는데 며칠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SNS 여론을 바로 파악하고 즉각 대처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 이어 “커뮤니티와 SNS에서 여론이 퍼지며 정책의 옳고 그름이 순식간에 정해지는 만큼 장관이 직접 나서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총리의 질타가 이어지는 동안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굳은 얼굴로 한 총리의 지시사항을 적어 내려갔다고 한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모든 정책은 장·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예상되는 단점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부족한 점을 한 총리가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의 이런 질타는 14일 아침 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KTX를 타고 국무회의 참석을 위해 세종시로 내려가던 한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노동시간 제도 개편과 관련해 국민에게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문했다. 그 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경청하라”는 지시 사항을 공개했고, 한 총리는 국무위원들에게 여론 대응을 강조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5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 브리핑에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히 청취한 뒤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5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 브리핑에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히 청취한 뒤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편 대통령실은 15일 노동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재차 여론을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9시 35분 예고 없던 브리핑을 열고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의견을 더 세밀하게 청취한 후 방향을 잡을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시장 정책은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MZ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 권익 보호에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중앙일보에 “윤 대통령이 오늘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법 없이는 보호되지 않은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 노조에 가입이 안 돼 현실적으로 선택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노동 약자와 취약 임금 근로자를 지켜줘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 입안 과정에서 69시간이란 숫자에도 집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