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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 망막에 광고 삽입하라”, 中 OTT ‘댓글 광고’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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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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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OTT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iQIYI)가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의 전말은 이렇다. 이용자가 2월 28일에 아이치이 한 달 구독을 결제하면 사용 기간은 3월 28일까지다. 명색이 ‘한 달 구독’인데 28일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사태에 네티즌들은 의문을 표시했다. 이에 아이치이 고객센터는 회원 구독은 ‘자연월(自然月, 매월 1일에서 그달의 마지막 날)’ 개념을 따른다고 밝혔다. 즉 이용자가 구독 서비스를 개통한 당월의 자연월 일수에 따라 순차적으로 연장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리한 네티즌들은 1월 31에 아이치이 한 달 구독을 결제하면 사용 기간은 2월 28일까지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텐센트비디오(騰訊視頻), 유쿠(優酷) 등 다른 중국 OTT 플랫폼은 대부분 31일을 한 달로 계산한다. 아이치이의 ‘꼼수’는 중국 네티즌들에게 강한 비판을 받았다.

'광고의 귀재' 아이치이, ‘실시간 댓글 광고’ 특허 출원했다

아이치이의 '탄무(彈幕, 동영상 위에 떠다니는 실시간 댓글). 사진 163.com

아이치이의 '탄무(彈幕, 동영상 위에 떠다니는 실시간 댓글). 사진 163.com

웨이보(微博)에서 아이치이의 ‘2월 구독 기간 28일’ 논란이 일기 하루 전, 아이치이가 탄무(彈幕, 동영상 위에 떠다니는 실시간 댓글)에 광고를 넣는 특허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기업 정보 플랫폼 치차차(企查查)에 따르면, 아이치이는 지난해 12월 1일 '동영상 탄무 광고 공급 방법, 장치, 장비 및 저장 매체'라는 특허를 신청했으며 2월 28일 공개되었다.

이는 동영상 시작 전 광고, 중간광고, 간접광고, 팝업 광고, 일시정지나 버퍼링 시의 광고 외에도 탄무에 이용자 맞춤형 광고를 삽입하려는 시도다. 아이치이는 시청자가 영상을 시청하는 모든 순간 광고에 노출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차라리 내 망막에 광고를 삽입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이치이의 요금제. 사진 아이치이

아이치이의 요금제. 사진 아이치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20일 아이치이의 화면 미러링 제한과 이용기기 제한이 논란이 되어 아이치이가 제한 조정을 발표한 바 있다. 아이치이의 회원 요금제는 크게 모바일 요금제(컴퓨터, 태블릿PC포함)와 TV 요금제로 나뉜다. 아이치이는 여기서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로 회원 등급을 나눴다. 골드VIP는 모바일 기기 이용 시, 플래티넘 VIP는 TV 이용 시, 다이아몬드 VIP는 차량 탑재 단말기나 VR 기기 등 다양한 기기를 이용해 동영상 시청이 가능한 요금제다.

그러나 올해 초 골드 VIP 요금제는 모바일 기기 이용 시 480P의 화질로만 영상을 시청할 수 있으며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VIP 요금제만 모바일에서도 고화질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게다가 여러 기기가 동시에 접속해 일시 차단된 계정은 더 높은 등급의 요금제를 결제해야만 차단이 해제되는 상황도 빈번했다.

아이치이는 회원들의 화면 선명도를 제한했다는 이유로 이용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고, 상하이 소비자권익보호위원회로부터 공개 비판을 받았다. 사건이 불거진 지 한 달여 만에 아이치이는 골드 VIP 회원에게 720P와 1080P 화질 영상 서비스를 재개했다. 또한 아이치이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VIP 회원은 5대의 기기에서 접속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드라마 '광표(狂飙)'. 사진 더우반

드라마 '광표(狂飙)'. 사진 더우반

아이치이는 올해만 벌써 세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올해 초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자체 제작 드라마 '광표(狂飙)’가 없었다면, 아이치이는 이용자들에게 외면받았을지도 모른다.

아이치이, 지난해 성적표는?

사진 아이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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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치이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 줄어든 290억 위안(약 5조 5111억 6000만 원)이다. 좌절하기는 이르다. 2021년 45억 위안(약 8551억 8000만 원)의 적자를 낸 것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에는 13억 위안(약 2470억 91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경쟁이 치열한 중국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아이치이는 중국 4대 OTT 플랫폼으로 꼽히는 아이치이, 텐센트비디오, 유쿠, 망고TV(芒果TV) 중에서 가장 많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를 자랑했다. 그러나 2021년 말, 적자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대규모 감원에 들어갔다. 아이치이의 2021년 연간 순손실은 62억 위안(약 1조 1789억 원)이었으며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누적 400억 위안(약 7조 6056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아이치이는 대규모 감원 후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고 지출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비효율적인 업무와 프로젝트를 가능한 제거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아이치이가 지난해 1분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을 냈을 때 많은 이들이 이를 ‘피와 살을 깎는 노력’의 결실로 보기도 했다.

아이치이의 지난해 4분기 총 운영 비용은 68억 위안(약 1조 29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억 위안(약 3041억 9200만 원) 줄어들었다. 그중 홍보, 마케팅 및 관리 비용은 10억 위안(약 1901억 2000만 원)에서 9억 4000만 위안(약 1786억 9400만 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OTT 플랫폼은 언제나 회원이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된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아이치이 회원은 1억 2000만 명에 달했으며 분기 가입자 순증액은 1300만 명을 넘어섰다. 놀라운 성장세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을 살펴보면 아이치이의 매출원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멤버십 서비스가 61%, 온라인 광고가 18%, 생방송·전자상거래·게임 등 기타 서비스가 13%, 콘텐츠 유통이 8%를 차지한다.

드라마 ‘풍취반하 : 반하에 부는 바람(风吹半夏)’과 ‘경경일상(卿卿日常)’. 사진 더우반

드라마 ‘풍취반하 : 반하에 부는 바람(风吹半夏)’과 ‘경경일상(卿卿日常)’. 사진 더우반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멤버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47억 4000만 위안(약 9012억 6360만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풍취반하 : 반하에 부는 바람(风吹半夏)’, ‘경경일상(卿卿日常)’등 아이치이 자체 제작 인기 드라마가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치이 회원은 전년 동기 대비 40%, 전 분기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치이의 지난해 연간 멤버십 수입은 177억 위안(약 3조 36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6% 증가했다. 기타 소득은 모두 감소했는데, 그중 광고 사업이 전년 동기 대비 25%에 육박하는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탄무에 광고를 추가하려는 아이치이의 시도는 광고 수입 증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OTT 전쟁, 넷플릭스는 답을 알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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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여 구독 서비스 매출로 콘텐츠 비용을 커버하는 넷플릭스의 모델은 중국 OTT 플랫폼이 참고할 만한 모범사례다. 궈롄증권(國聯証券)의 연구보고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양질의 콘텐츠가 보장되는 것이 향후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결제를 이끄는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OTT 플랫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동영상 시장의 생존 공간이 좁아지고 있다. OTT 업계 일인자 넷플릭스도 지난해 처음으로 유료 가입자 수가 감소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기존 요금제보다 저렴한 대신, 콘텐츠를 시청할 때마다 광고를 봐야 하는 ‘광고요금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좋은 콘텐츠만이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이치이의 남은 과제는 계속해서 웰메이드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용자의 마음을 잡아두는 것이다.

공우(龔宇) 이이치이 CEO는 “아이치이에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아이치이의 올해 목표도 '고품질 성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꼼수’가 아닌 ‘내실’을 더욱 선보일 때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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