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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전쟁에서 발 뺀 하이브, 남은 과제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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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퇴각했다. 경영권에서 손을 떼는 대신 카카오·SM과 플랫폼 협업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어느 정도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양사 간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12일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인수 절차 중단을 선언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사진 뉴스1

지난 12일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인수 절차 중단을 선언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사진 뉴스1

아직은 안갯속 ‘플랫폼 협업’

하이브는 지난 12일 SM 인수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와 플랫폼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합의를 이루면서 더는 출혈 경쟁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게 하이브의 설명이다. 하이브와 SM은 각각 업계 1, 2위 팬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는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중심으로 플랫폼 사업을 전개해왔다.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하이브 레이블즈와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등 79개 팀 혹은 개인이 입점해 있다. 지난해 1~3분기 매출 2212억원, 순이익 78억원을 거뒀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만 700만명에 달한다. 가입은 무료지만 아티스트별 유료 멤버십과 앨범, 굿즈 등을 판매하는 위버스숍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SM 역시 자회사인 디어유가 내놓은 실시간 소통 플랫폼 ‘디어유 버블’로 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SM과 JYP 등 소속 아티스트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49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디어유 창사 후 처음으로 164억원의 흑자를 냈다. MAU는 145만명까지 늘었다. 팬들이 원하는 아티스트를 유료 구독하면 그 아티스트가 보내는 ‘프라이빗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SM은 별개로 팬 커뮤니티 ‘광야 클럽’도 운영하고 있는데, 향후 팬 플랫폼을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각에선 위버스와 디어유 버블의 주력 서비스가 달라 공존이 가능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SM 아티스트의 팬 커뮤니티 기능은 위버스로 통합하고, 프라이빗 메시지 등 소통 기능은 기존처럼 디어유 버블을 활용하는 식이다. 하이브 레이블즈 소속 뉴진스는 위버스와 별개로 실시간 소통 서비스 ‘포닝’을 이용하고 있는데, SM 소속 아티스트도 이처럼 커뮤니티와 소통 플랫폼을 분리하는 방안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위버스와 디어유가 경쟁사 관계인 만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나오기까진 시간이 걸릴 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이브와 SM 양측 모두 “실질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오는 31일 SM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진이 꾸려진 이후에야 협업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완성될 거라는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 회사의 이권과 직결되는 문제라 일단은 큰 틀에서만 합의를 보고 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양사 경영진 간의 치열한 추가 협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수만과 계약 이행에 1840억원 필요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와 남은 계약을 이행할 시 1840억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한-몽골 경제인 만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이 전 총괄. 사진 뉴시스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와 남은 계약을 이행할 시 1840억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한-몽골 경제인 만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이 전 총괄. 사진 뉴시스

앞서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와 맺은 계약도 하이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선 이 전 총괄과 갤러리아에스엠으로부터 사들인 15.78%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쏠린다. 하이브가 SM 주식을 15% 이상 보유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이미 경영권에서 손을 뗀 하이브가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SM 지분을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하이브가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할 수도 있다. 자본시장법상 지난달 28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한 하이브는 향후 6개월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을 할 수 없다. 남은 선택지는 장내거래 혹은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인데, SM 주가는 14일 기준 11만5200원을 기록했다. 지난주 16만원에 근접했던 주가가 한주 만에 20% 이상 급락했다. 주당 12만원에 이 전 총괄의 지분을 매입한 하이브 입장에서 장내거래는 손해다. 현재 15만원에 SM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카카오에게 지분을 넘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 전 총괄의 남은 지분 매입 등 계약 조건 이행도 하이브가 풀어야 할 숙제다. 앞서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잔여 지분 3.65%에 대한 풋옵션(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지분을 팔 권한), SM 자회사 지분 등에 대한 인수 계약을 맺었다. 10년간 총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ESG 사업 관련 계약도 살아 있다. 하이브가 계약을 모두 이행할 경우 약 1840억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하이브 관계자는 “풋옵션은 이 전 총괄의 권리이기 때문에 이 전 총괄의 판단에 따라 거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자회사 지분 매입의 경우 해당 계열사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라 이 전 총괄과 논의가 필요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 전 총괄 측 관계자도 “남은 지분 처리 등을 포함해 내부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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