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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편리한데" 1300만명 받은 비대면 진료, 5월이면 불법된다?

중앙일보

입력

비대면 진료를 보는 의사. 뉴스1

비대면 진료를 보는 의사. 뉴스1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의 운명에 의료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르면 한 달 뒤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내려감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허용할 법적 명분이 사라져서다.

1000만 받은 비대면 진료, 5월이면 ‘불법’ 된다고?

비대면 진료 법적 근거. 자료 보건복지부

비대면 진료 법적 근거. 자료 보건복지부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기간인 2020년 2월 24일부터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의3는 감염병과 관련해 심각 단계 이상의 위기 경보가 발령된 때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유·무선 전화와 화상 통신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현재 ‘심각’ 단계인 국내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는 조만간 단계가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4월 말 혹은 5월 초로 개최가 예상되는 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에서는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 종료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질병관리청은 WHO 결정에 따라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 혹은 ‘주의’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심각 단계에만 허용된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6월까지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계획대로 법제화가 되더라도 입법 공백이 생겨 최소 한 달은 비대면 진료가 중단된다는 얘기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하면서 비대면 진료 등을 정부와 논의하는 의료현안협의체에 불참하고 있어 법 개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 입장이나 플랫폼에서 형성된 시장을 고려했을 때 의료 공백이 없도록 시범 사업 확대 등 법적 근거 완비 전 다른 차선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72만 사용…입법 공백에 멈출까

비대면 진료 보는 의사. 연합뉴스

비대면 진료 보는 의사.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동안 비대면 진료가 사회에 안착했다고 복지부는 평가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2020년 2월 24일 이후 올해 1월 31일까지 1073일 동안 2만5967개 의료기관에서 환자 1379만 명이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기간 국민 4명 중 1명이 의사를 직접 보지 않고 진료를 받았다는 뜻이다.

2020~2022 연도별 비대면 진료 관련 현황. 자료 보건복지부

2020~2022 연도별 비대면 진료 관련 현황. 자료 보건복지부

특히 지난해에만 1272만 명이 3200만 건의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았다. 이는 전년(2021년)보다 이용자 수와 진료 건수 모두 열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30대 워킹맘 이모씨는 “지난해 3월 아이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전화 진료를 받아본 뒤 잔병치레를 할 때마다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약을 타고 있다”며 “직장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시간이 없는데 정말 편리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는 백령도와 같은 의료 취약지에서 앱으로 비대면 진료를 받고 약을 배송받았다는 후기도 속속 올라와 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의료계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의사회·서울시약사회·서울시내과의사회는 지난달 21일 공동성명을 내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진료 안전성 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비를 대면 진료보다 50%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진료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의사에게 있다. 대면 진료보다 높게 진료비가 책정돼야 의사들이 시간을 더 할애해 주의를 기울여 안전한 진료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호법 제정안을 이유로 지난 2월 멈춰선 제2차 의료현안협의체의 합의안에 대한 반발 목소리도 나왔다. 복지부와 의협은 당시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보조적으로 활용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비대면 의료 제도화를 추진하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측은 15일 해당 합의안에 우려를 나타내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비대면 진료 앱 닥터나우 관계자는 “동일 질병으로 같은 병원 의사를 90일 이내에 방문하게 한 재진 환자에만 비대면 진료를 가능하게 한다면 소아과 이용이 확 줄어드는 등 비대면 진료 자체를 위축시키고 지난 3년간 성과도 물거품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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