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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강문의 휴먼&펫

치킨·자장면·초콜릿…그들에겐 독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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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 서울대 동물병원장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 서울대 동물병원장

반려동물이 우리 삶 깊이 들어왔지만 키우는 상식이 부족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과거 동물을 키웠던 분들은 집 마당에서 기르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자칫 “동물은 사람 음식을 먹어도 된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과거 먹다 남은 음식을 주는 경우가 흔했지만,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면 바로 동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가장 흔하게 잘못할 수 있는 것이 자장면, 불고기, 치킨 같은 음식을 주는 것이다. 개는 식탐이 많아 사람이 먹으면 옆에 와 꼬리를 흔들며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 동정심에 이런 음식을 나눠주면 동물은 아프게 된다. 음식에 섞인 양파, 마늘, 소금, 기름, 닭 뼈 때문이다.

휴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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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과 불고기에 많이 들어 있는 양파는 개의 적혈구를 파괴하는 성분이 있어 빈혈을 유발하고 혈뇨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마늘은 사람에겐 좋지만, 개에겐 독성을 유발한다. 체중이 적은 동물에게 사람과 같은 양의 소금을 먹이면 과나트륨혈증이 돼 염중독, 신부전, 고혈압 등이 생길 수 있다.

치킨에는 많은 기름이 있어 소화 불량의 원인이 된다. 닭 뼈째 줄 경우 닭 뼈가 강해 소화가 안 되는 것은 물론, 씹을 때 뼈가 쪼개지면서 칼날처럼 변해 장을 뚫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다른 동물 뼈도 소화가 되지 않고 장을 막으니 주지 말아야 한다. 과일 중 복숭아나 자두처럼 씨 있는 것을 주면 씨가 식도나 위, 장에 걸려 수술받는 경우가 흔하다. 포도를 줄 경우 치명적인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

고양이에게 개 사료를 먹이면 타우린 결핍으로 망막질환과 심근병증을 일으킨다. 그 밖에 초콜릿, 자일리톨껌, 커피, 녹차, 견과류, 아보카도 등은 동물을 아프게 하므로 주지 말아야 한다. 동물에게는 동물 사료가 가장 안전한 음식이란 점을 꼭 기억하자. ‘개와 고양이는 사람이 아니다’는 상식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전 서울대 동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