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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의견 들어라”…‘주 최대 69시간 근로’ 재검토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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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주 69시간 근로를 허용하는 근로시간 개편 방안의 보완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근로시간 유연화를 골자로 하는 개편안에 대해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고용부는 주 52시간으로 묶인 근로시간을 월·반기·연간 단위로 관리해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허용하는 대신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 6일 입법예고했다. 월별로 69시간씩 3주를 일하고 일주일을 쉬거나 연 단위로 6개월은 주 69시간, 두 달은 휴가, 넉 달은 주 40시간을 일할 수 있다. 개정안은 당초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주당 근로시간 확대의 안전장치로 권고한 ‘11시간 의무 휴식제’를 기업 선택에 맡기면서 2030 MZ세대를 중심으로 “과로와 공짜 야근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윤 대통령의 보완 지시가 알려지자 경제계에선 “어떻게 발표 8일 만에 주 69시간제 정책을 백지화하느냐”는 반응이 나오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근로자 권익 강화라는 정책 취지 설명이 부족했다”며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법안 내용 중 보완할 것은 보완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추가로 알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통화했다. 원점 재검토는 전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민께 더 잘 설명하면 (개편안을 향한) 걱정이 훨씬 더 완화되지 않겠나”라며 남은 입법예고 기간(다음 달 17일까지) 대국민 홍보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정책 홍보 실패도 정책 실패’라는 취지로 강하게 질타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지시가 MZ세대 여론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MZ세대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은 물론 한·일 관계 개선 등에서도 우군에 가깝다”며 “대통령실의 젊은 행정관들이 윤 대통령에게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MZ세대의 차가운 여론을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해당 사안을 두고 양대 노총은 물론 ‘MZ노조’(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까지 지난 9일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고용부는 입장문을 내고 “청년 등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찾아가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꼽히는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국민의힘도 16일 국회에서 MZ노조를 초청해 토론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선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 부족하다면 더 소통하고 연구해 올바른 제도가 입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입법예고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하지 말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재검토 지시는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주 69시간제는 출발부터 잘못된 정책”이라며 “재검토가 아니라 폐기가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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