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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지갑 닫을 때, 20대 초반은 활짝…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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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대학생 김민지(21)씨는 지난 5개월간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최근 유행한 ‘조던 운동화’를 31만원에 샀다. 발매가 13만9000원에 17만원이 넘는 웃돈을 붙여 산 리셀(되팔기) 상품이지만, 그에게는 만족스러운 소비였다. 지금은 고가의 가방을 사기 위해 비상금을 저축하는 중이다. 그는 “또래의 인플루언서를 보면 달마다 고액의 개인 강습(PT)을 받고, 일주일에도 몇 벌씩 명품 옷을 산다”며 “일반 학생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그게 정상이라고 여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극심했던 때 대부분의 세대가 지출을 줄인 것과는 달리, 20대 초반 세대는 소비·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보다는 가치에 무게를 두는 그들의 소비 성향이 반영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4일 중앙일보가 BC카드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초반(20~24세)의 2019년 대비 소비매출액 지수는 282.2(2019년=100)를 기록했다. 20대 초반이 2019년 100만큼 돈을 썼다면, 2022년에는 282.2만큼 지출했다는 뜻이다. BC카드가 보유한 전국 가맹점과 금융기관 이용 결제 인프라 등의 신용·체크카드 결제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다.

40대 이상 연령대에선 모두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1년 소비를 줄였다. 30대의 소비매출 지수는 2020년 98.5로 떨어졌다가 2021년에 102.9로 회복했다. 반면 20대 초반은 2020년 132.2, 2021년 202.9 등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20대 후반(지난해 136.6)도 꾸준히 소비를 늘렸지만, 20대 초반만큼은 아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문가는 20대 초반이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던 코로나19 시기에 성인이 된 집단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온라인과 미디어를 통한 교류에 다른 어떤 세대보다 익숙한 채로 사회에 진입했고, 본격적인 소비 활동 역시 온라인에서 시작한 세대라는 분석이다. 업종별로 보면 20대 초반의 온라인쇼핑 소비매출 지수는 지난해 644로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 시기에 성인이 된 이들은 온라인에서 다양한 소비를 늘려 왔다”며 “그러다가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자 오프라인에서의 소비까지 얹어지면서 전체 지출이 급증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갓 성인이 된 20대 초반은 주로 자신을 위한 투자 차원의 지출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쇼핑뿐만 아니라 백화점에서의 소비매출 지수도 지난해 318로 올랐다. BC카드 관계자는 “온라인쇼핑에서는 주로 의류 등을,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는 등 꾸밈에 대한 관심도의 증가로 관련 지출이 증가했다”고 풀이했다.

피부미용 등과 관련한 병원비(대형병원의 필수 치료비용 제외) 지출도 지난해 393으로 증가했다. 자기 계발을 위한 학원에서의 지출도 지난해 242로 늘렸다. 전체 매출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청년층에서 유행하고 있는 골프와 테니스 관련 지출도 급증했다.

우상현 BC카드 신금융연구소장(부사장)은 “20대가 주점 업종 등 일회성 소비보다 자기만족, 자기 계발과 관련된 지출에 보다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국내 평균 소비 수준이 고가 제품·서비스를 중심으로 높아진 원인에 대해 응답자 대부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35.3%)과 ‘자기만족’(24.7%) 등을 꼽았다.

20대의 소비지출이 커진 것은 청년 세대가 주로 소비하는 품목에서 물가가 급등한 탓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이하의 소비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음식·숙박 분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6%를 기록했다. 교통(9.7%), 식료품(5.9%), 의류·신발(3.1%)도 가격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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