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런 버핏
최근 유동성 위기로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의 주주들이 13일(현지시간) SVB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냈다. SVB 주주들은 이 은행의 그레고리 베커 최고경영자(CEO)와 대니얼 벡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이날 캘리포니아 산호세 연방 법원에 제기했다.
SVB 주주들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이 은행의 사업 기반이 약화하고 다른 고객층을 가진 은행보다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경영진이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소송은 SVB 붕괴 이후 처음 제기된 소송이며 앞으로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미 은행권의 연쇄 파산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 당국이 예금자 보호 대책을 서둘러 발표하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했지만, 전 세계 금융 시장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SVB 사태로 전 세계 선진국·신흥 시장의 주요 종목 지수인 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세계 금융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시가 총액이 13일 기준 4650억 달러(약 608조 원)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대형 은행주가 특히 타격을 받았다. 일본의 3대 은행인 미쓰비시UFJ 금융그룹,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그룹의 주가는 13일 7~8%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92·사진)은 이미 지난해 말 일부 은행 주식을 대규모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WSJ에 따르면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월 규제 당국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뉴욕멜론은행(BNY멜론)의 보유 주식 가운데 60%를 매도했다”고 보고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10년부터 이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근 12년 만에 매도한 시점이 SVB 파산 사태가 있기 몇달 전이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또 2006년부터 보유하던 US뱅크코프의 지분도 91% 줄였다고 신고했다. 미 주식 시장에서 BNY멜론과US뱅크코프의 주가는 13일 기준 각각 6.74%, 10.04% 하락 마감했다.
WSJ는 다만 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금융주의 비중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버핏이 외려 대형 금융주를 추가 매수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버핏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다. 2011년에도 시장의 비관적인 전망과 달리 뱅크오브아메리카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