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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최악 국면…시스템 부문도 2개월째 수출 감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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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 실적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반 토막 난 상황에서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해주던 시스템 반도체마저 두 달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양축인 메모리·시스템 모두 흔들리는 양상이 뚜렷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5% 감소했다. 지난해 8월(-6.8%)부터 7개월 연속 역성장이다. 특히 지난해 3월 132억 달러까지 찍었던 월 수출액은 지난달 61억1000만 달러까지 내려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2월 메모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53.9% 줄어든 29억2000만 달러에 그쳤다. 1월(-57.3%)에 이어 두 달째 50%대 감소율이다. D램·낸드플래시의 수요 둔화와 재고 누적으로 단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8개월째 수출이 줄고 있다. D램 단가는 지난해 5~6월 3.35달러에서 올 1~2월 1.81달러까지 하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파운드리·팹리스 같은 시스템 반도체의 수출 감소도 본격화했다. 지난달 시스템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5% 줄어든 26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 1월 들어 33개월 만에 감소(-25%)한 뒤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메모리 반도체는 2~3개월마다 시세를 반영해 공급 단가가 바뀌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미리 가격이 정해져 있고 소량 다품종 생산 형태라 가격 변동이 적은 편”이라며 “올해 시스템 반도체가 흔들리는 건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뚜렷한 반등 요인 없이 혹독한 상반기를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쌓인 반도체 재고(지난해 말 기준)는 각각 29조원과 15조원을 넘는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가 반도체 실적을 회복하려면 깊은 적자의 골짜기를 건너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1분기 메모리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되는 한편 비메모리 실적도 상당히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재고가 과도해 2분기 실적도 1분기 대비 개선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 반도체지원법 등 대외적 불확실성도 가중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공급망 문제, 반도체 시장 급랭이 겹쳤다. 장상식 실장은 “반도체 수출 감소의 원인으론 그간 단가 하락 측면이 더 컸지만, 이젠 물량 감소 측면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반도체는 최악의 국면을 지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상저하고’ 수출 전망 속에 반도체 수요·단가가 하반기에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긴축 속도 조절과 함께 ‘1위 수출 시장’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리오프닝에 따라 반도체 수출이 일부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반도체는 중국을 거쳐 미국·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결국 세계 경기가 좋아져야 실질적인 반등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처리 등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는 장기적 방안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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