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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 코로나에 지갑 닫을 때, 20대 초반 지출 2.8배 급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대형 쇼핑몰이 고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대형 쇼핑몰이 고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생 김민지(21)씨는 지난 5개월간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최근 유행한 ‘조던 운동화’를 31만원에 샀다. 발매가 13만9000원에 17만원이 넘는 웃돈을 붙여 산 리셀(되팔기) 상품이지만, 그에게는 만족스러운 소비였다. 지금은 고가의 가방을 사기 위해 비상금을 저축하는 중이다. 그는 “또래의 인플루언서를 보면 달마다 고액의 개인 강습(PT)을 받고, 일주일에도 몇 벌씩 명품 옷을 산다”며 “일반 학생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그게 정상이라고 여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극심했던 때 대부분의 세대가 지출을 줄인 것과는 달리, 20대 초반 세대는 소비ㆍ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보다는 가치에 무게를 두는 그들의 소비 성향이 반영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코로나 때 성인 된 세대”…온라인서 고액 소비 ‘익숙’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4일 중앙일보가 BC카드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초반(20~24세)의 2019년 대비 소비매출액 지수는 282.2(2019년=100)를 기록했다. 20대 초반이 2019년 100만큼 돈을 썼다면, 2022년에는 282.2만큼 지출했다는 의미다. 이는 BC카드가 보유한 전국 가맹점과 금융기관 이용 결제 인프라 등의 신용ㆍ체크카드 결제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다.

40대 이상 연령대에선 모두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1년 소비를 줄였다. 30대의 소비매출 지수는 2020년 98.5로 떨어졌다가 2021년에 102.9로 회복했다. 반면 20대 초반은 2020년 132.2, 2021년 202.9 등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20대 후반(지난해 136.6)도 꾸준히 소비를 늘렸지만, 20대 초반만큼은 아니다.

전문가는 20대 초반이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던 코로나19 시기에 성인이 된 집단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온라인과 미디어를 통한 교류에 다른 어떤 세대보다 익숙한 채로 사회에 진입했고, 본격적인 소비 활동 역시 온라인에서 시작한 세대라는 분석이다. 업종별로 보면 20대 초반의 온라인쇼핑 소비매출 지수는 지난해 644로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 시기에 성인이 된 이들은 온라인에서 다양한 소비를 늘려 왔다”며 “그러다가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자 오프라인에서의 소비까지 얹어지면서 전체 지출이 급증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갓 성인이 된 20대 초반은 주로 자신을 위한 투자 차원의 지출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쇼핑뿐만 아니라 백화점에서의 소비매출 지수도 지난해 318로 올랐다. BC카드 관계자는 “온라인쇼핑에서는 주로 의류 등을,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는 등 꾸밈에 대한 관심도의 증가로 관련 지출이 증가했다”고 풀이했다.

피부미용 등과 관련한 병원비(대형병원의 필수 치료비용 제외) 지출도 지난해 393으로 증가했다. 자기 계발을 위한 학원에서의 지출도 지난해 242로 늘렸다. 전체 매출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청년층에서 유행하고 있는 골프와 테니스 관련 지출도 급증했다.

SNS선 ‘대학생 1000만원 쇼핑’ 영상 수두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여기에는 유튜브ㆍ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20대 초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명품 등 고액 소비 행태를 다른 세대보다 더 쉽게 접한다. 유튜브에선 ‘수능 끝난 고3의 1500만원 쇼핑 브이로그(Vlog)’ ‘20살 대학생 1000만원 생일선물 쇼핑 브이로그’ 등의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국내 평균 소비 수준이 고가 제품ㆍ서비스를 중심으로 높아진 원인에 대해 응답자 대부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35.3%)과 ‘자기만족’(24.7%) 등을 꼽았다. 20대 동료가 다수인 팀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31)씨는 “10년 전 대학생까지만 해도 향수를 산다면 거리에 있는 올리브영 등에서 사는 게 보통이었는데, 요즘 친구들은 백화점의 조말론ㆍ바이레도ㆍ딥티크 등 상대적으로 고가인 향수를 구매하고 선물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20대의 소비지출이 커진 것은 청년 세대가 주로 소비하는 품목에서 물가가 급등한 탓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이하의 소비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음식ㆍ숙박 분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6%를 기록했다. 교통(9.7%), 식료품(5.9%), 의류ㆍ신발(3.1%)도 가격이 올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청년들의 ‘체감 고통지수’가 높다면서 “올해 청년이 소비를 많이 하는 부문에 물가 상승이 집중되면서 취업 준비 중이거나 소득이 적은 사회 초년생이 생활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했다.

우상현 BC카드 신금융연구소장(부사장)은 “고금리ㆍ고물가 환경 속에서도 20대 고객의 매출이 타 연령대 대비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들이 주점 업종 등 일회성 소비보다 자기만족, 자기 계발과 관련된 지출에 보다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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