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리무중 Fed 긴축 방향…코스피 -2.6%, 亞 시장 '검은 화요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시아 금융시장이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에 미국의 긴축 방향이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공포가 시장을 휩쓴 탓이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대비 61.63포인트(2.56%) 하락한 2348.97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대비 61.63포인트(2.56%) 하락한 2348.97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14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56% 하락한 2348.97에, 코스닥 지수는 3.91% 하락한 758.05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팔자’ 행렬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6397억원, 코스닥에서 2457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1조6154억원을 순매도했다.

원화가치도 미끄러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9.3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11.1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 시장도 SVB발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일본 니케이255지수(-2.19%)와 홍콩 항셍지수(-2.27%), 대만 자취안 지수(-1.29%), 중국 본토 상하이 종합지수(-0.72%)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검은 월요일'을 피했던 시장의 분위기가 하루 만에 달라진 건 SVB발 불확실성에 시장이 뒤늦게 반응한 결과다. SVB에 이어 뉴욕주의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대한 우려까지 고개를 들며 부실 공포가 커지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의 비용 청구서가 뒤늦게 배달되며 그동안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입만 바라보던 투자자의 시선이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본격적으로 옮겨간 것이다. 물가와 금융 안정 사이에서 Fed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는 13일(현지시간) “SVB와 시그니처 은행의 붕괴로 인한 지역은행의 주가 급락은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싸우며 금융 안정을 달성해야 하는, Fed가 1년 동안 피하고 싶었던 상황으로 (Fed)를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티미라오스는 이어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케첩 병을 계속 두드리다 보면 한 번에 너무 많은 케첩이 쏟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SVB 파산의 여진이 이어지며 Fed의 금리 인상 전망도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전망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4일 오전 2시 40분 기준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에 대한 전망은 동결(49.1%)과 0.25%포인트 인상(52.4%)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금리 동결을 넘어 0.25%포인트 인하 전망까지 내놨다. 특히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FOMC 때 현재 기준금리(연 4.5~4.75%)보다 낮은 금리 수준을 전망하는 비율이 58.3%에 이른다. 미국 채권 투자자 절반 이상이 올해 상반기 전에 Fed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는 의미다.

존 우즈 크레디트스위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 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금융 시장은 살얼음판 걷고 있다"며 "유동성 위험과 관련되는 만큼 Fed가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투자자는 'Fed 피벗(pivot·입장 선회)'만을 기다려왔다. 파월이 비둘기적(통화 완화) 입장만 내보여도 주식시장이 반겼던 이유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물가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Fed의 후퇴가 미국 경제의 빠른 침체 신호로 여겨져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ed 피벗이 물가 안정 목표를 이룬 뒤라면 시장이 환호했겠지만 현 상황에서의 태세 전환은 미국 금융시스템 위험이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라며 “SVB 사태가 민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알 수 없는 만큼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여파로 이번 달 미국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이번 달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는 전망은 지난 8일에만 해도 78.6%에 이르렀지만, SVB 파산을 거쳐 13일 현재 0%로 아예 사라졌다.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여파로 이번 달 미국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이번 달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는 전망은 지난 8일에만 해도 78.6%에 이르렀지만, SVB 파산을 거쳐 13일 현재 0%로 아예 사라졌다. 연합뉴스

미 국채 2년물 금리의 급락도 투자자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0.56%포인트 하락한 4.03%로 장을 마쳤다. 하루 낙폭으로는 블랙먼데이가 닥친 1987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지난 7일 200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선 뒤 일주일도 안돼 1%포인트 급락한 것이다.

단기물 금리의 급락은 급격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이 급격하게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의 키를 트는 건 경제에 문제가 생겼을 때 뿐이다. 다이나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의 긴축 행보를 탈선시킬 수 있는 한 가지는 금융위기”라며 “우리가 위기를 피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SVB 사태의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미국 지방은행의 리스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중소 은행주의 급락세가 이어졌다. '제2의 SVB' 가능성이 나왔던 퍼스트리퍼플릭은행 주가는 하루 사이 61.8% 하락했고,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47%), 팩웨스트뱅코프(-21%), 지온스뱅코퍼레이션(-25.7%) 등 지방 은행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여파는 대형 은행으로도 번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SVB에 대한 우려로 전 세계 금융 관련주의 시가총액이 이틀 만에 4650억 달러(609조원)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경기 침체나 금융위기에 빠지는 것은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 주식 전략책임자인 프랭크 벤짐라는 “미국의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일찍 발생할 위험이 커지며 아시아 증시도 반응하고 있다”며 “한국·일본과 같이 경기 사이클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국가나 소형주 등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미국 통화정책을 가를 중요 지표인 미국의 물가로 쏠리고 있다. 미국 물가가 빨리 잡히지 않을 경우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할 Fed의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 1월과 비슷할 경우 금리 인상 우려가 재부각하며 FOMC를 앞둔 Fed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며 “통화 정책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단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자산 가격은 오히려 뛰었다. 13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2.3% 이상 오른 온스당 1910달러까지 치솟았다. SVB 이슈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8일에는 온스당 1810달러대에서 거래됐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도 14일 기준 전날보다 8% 이상 오르며 2만4000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