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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책홍보 실패도 정책 실패다”…최대 69시간제 재검토 지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주 최대 69시간제에 대해 보완 검토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근로시간 유연화를 골자로 하는 고용노동부 개편안에 대해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고용부는 지난 6일 근로자들이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바쁠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장기 휴가 등을 이용해 푹 쉴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입법예고했다. 이후 야당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초청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초청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김 수석이 낸 서면 브리핑 제목이 ‘윤 대통령의 법안추진 재검토 지시’였던 까닭에, 한때 백지화 수준의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추가 언론 공지를 통해 “근로자의 권익 강화라는 정책 취지 설명이 부족했다”며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법안 내용 중 보완할 것은 보완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관련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한덕수 국무총리도 직접 나섰다. 한 총리는 이날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정부로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큰 프레임의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엇박자가 있는 건 아닌가.
 “(국무회의 전과 후에) 제가 윤 대통령과 통화했다.”
 원점 재검토를 할 수도 있나.  
  “전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제도 수정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국민께 더 잘 설명하면, (국민이) 가지셨던 걱정이 훨씬 더 완화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가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가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입법예고한 법령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보완 지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정책홍보 실패도 정책 실패’라는 취지의 강한 질타가 있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10~20대 여론을 중시하는 국정운영 스타일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MZ 세대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은 물론 한·일 관계 개선 등에 있어서도 우군에 가깝다”며 “대통령실의 젊은 행정관들이 윤 대통령에게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MZ세대의 차가운 여론을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여론 수렴 지시를 하면서 MZ세대를 특정해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해당 사안을 두고 양대 노총은 물론 ‘MZ노조’(새로고침협의회)까지 지난 9일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전날 리얼미터 여론조사(6~10일 실시)에서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지난주에 비해 4.0%포인트(p) 하락한 38.9%로 나타났는데, 20대(13.0%p↓)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의 보완 검토 지시에 정부와 여당도 즉각 반응했다. 고용부는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 속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재 입법 예고 기간인 만큼 청년 등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찾아가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필요하다”며 “부족하다면 더 소통하고 연구해 올바른 제도가 입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6일부터 관련 토론회를 연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하지 말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나마 재검토 지시는 다행”이라며 “우리 사회는 주5일에서 주4일 근무제를 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재검토가 아니라 폐기가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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