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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시스템적 도전"...영국, 국방비 2년간 8조원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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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국방비를 2년간 50억 파운드(약 7조 9000억원) 늘린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이 역대 최대 규모의 국방예산안을 내놓고,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의 3자 안보협의체)가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공급계획을 발표하는 등 서방 3개국의 국방력 강화가 예고되자 중국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영국이 중국과 러시아 위협에 맞서 국방비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사진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포인트 로마 해군기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회담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영국이 중국과 러시아 위협에 맞서 국방비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사진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포인트 로마 해군기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회담하는 모습.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국방비를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5%까지 늘리겠다"며 새 외교·안보 전략이 담긴 통합보고서(IR)를 공개했다. 영국은 현재 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추가 국방비의 60%에 해당하는 30억 파운드(약 4조7000억 원)가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한 미국·호주와의 안보협의체 오커스에 쓰인다는 점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군사·금융·외교 활동에 관한 우려가 고려됐다"며 국방비 증액에 중국 견제 목적이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 "중국의 행동과 의도가 영국의 이익을 위협한다면,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수낵 총리는 보고서 발표에 앞서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은 영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를 가진 나라"라며 "영국은 중국의 도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등 민감한 산업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선 "중국은 세계질서에 대한 시스템적인 도전"이라며 "영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중국이 껄끄러워할 대만 관련 내용도 추가됐다. "영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안정을 해치는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는 대목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 섬들의 군사화를 통해 군 현대화를 추진했으며, 대만에 대한 목적 달성을 위해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들어갔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도 이날 의회연설에서 "대만해협 긴장 고조 등 중국의 공격적 행동을 눈감아 줄 수 없다"고 발언했다.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동맹 오커스가 13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처음으로 대면 정상회의를 열었다. EPA=연합뉴스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동맹 오커스가 13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처음으로 대면 정상회의를 열었다. EPA=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14일 홈페이지에 낸 성명에서 "영국의 보고서는 이른바 중국의 도전을 과장하고, 중국을 공격하며 먹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중국은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결연히 반대한다"고 했다. 대만 언급에 대해서도 "그 어떤 외국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며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영국의 거듭된 도발과 중국 위협론 과장은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부응하는 것으로, 중·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협력을 방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미국 국방부 역시 "중국 견제가 목표"라고 밝히고 역대 최대 규모의 국방예산안을 내놨다. 이어 오커스가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첫 대면 정상회의를 열고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공급하는 세부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미국·영국·호주가 중국을 에워싸고 압박하는 형국이 됐다.

영국 정계에선 "국방비 여전히 불충분" 우려

보고서에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우려 역시 담겼다. 수낵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영국 안보에 가장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추가 증액되는 국방비 중 19억 파운드(약 3조356억원)를 우크라이나에 보낸 무기를 대체하고 군수품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쓸 계획임을 밝혔다.

다만 영국 정계에선 국방비가 여전히 불충분하단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집권 보수당 소속 토비어스 엘우드 하원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벤 윌리스 국방장관이 원한 규모의 절반"이라면서 "신냉전 시대로 치닫는 와중에 영국은 평화로운 시대의 (국방비) 예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의 그림자내각에서 외무장관을 맡은 데이비드 래미 의원 역시 "계획도, 타임라인도 없는 공허한 약속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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