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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비용은 눈덩이, 보조금엔 독소조항” TSMC 美 공장의 이중고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1월 TSMC 애리조나 공장 장비반입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TSMC 애리조나 공장 장비반입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인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막대한 비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외국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에 투자해 팹(반도체공장)을 지으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TSMC가 예상보다 비용이 불어나고,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기준도 까다로워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대만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즈는 “TSMC가 애리조나 새 공장에서 3·4·5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반도체를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대량생산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막대한 건설비용의 일부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반도체장비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TSMC는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애플, AMD, 엔비디아 등 주요 미국 고객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애리조나 공장 착공식에서 400억 달러(약 52조8000억원)를 투자해 공장 두 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은 그동안 해외에서 칩을 구매했지만 이제 그 공급망을 안방으로 가져올 것이다. TSMC의 애리조나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서 양산된 3· 4나노 칩이 이르면 내년부터 애플·엔비디아 등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문제는 현재 애리조나 공장의 조성과 장비 도입이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반도체 인력 부족, 건설비용 상승 등 TSMC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디지타임즈는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고려 이 공장이 내년에 생산에 들어갈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본다”며 “가동 시기가 2025년으로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처음부터 미국 내 반도체 생산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반도체 제조 능력을 강화하려는 미 정부의 노력은 헛수고”라며 “미국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려면 대만보다 비용이 50%가 더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 정부의 지속적인 압력에 TSMC가 현지 투자 금액을 늘려가며 생산시설 확대에 나섰다는 얘기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39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신청 접수를 시작했지만, TSMC는 보조금 신청 여부를 두고도 고민에 빠졌다. 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초과이익을 미 정부와 공유해야 하고, 중국 등에서 향후 10년간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없다는 독소 조항이 있어서다. 디지타임즈는 “이런 조건은 반도체 생산업체한테 상당히 불합리하고, TSMC뿐 아니라 관련 업체의 생산과 운영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의 이런 곤란한 처지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의 고민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테일러시에 미국 내 두 번째 반도체팹을 조성 중이다. 내년부터는 4㎚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도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공장에 들어가는 투자금은 약 170억 달러 규모다.

하지만 삼성전자 역시 미 상무부가 지원하는 보조금 신청을 망설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과 면담한 후 미국 측에 “반도체지원법이 과도한 경영 개입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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